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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한국 여권(旅券) 파워와 미국 비자 수난시대
세계 2위 한국 여권(旅券) 파워와 미국 비자 수난시대
  • 정종석
  • 승인 2025.09.2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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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여권의 가치를 이해하고 위상 지키는 데 동참...정부, 美와의 협상 통해 취업비자 문제 슬기롭게 해결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예전에는 해외여행이 특별한 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권(旅券, passport)이다.

한국 여권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신뢰도와 자유도를 자랑하며, ‘가치 있는 여권’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전 세계 192개국에 무비자 입국이 허용, 일본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권지수의 순위는 단순한 여행 편의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국제 사회가 해당 국가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 외교 관계가 얼마나 원활한지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한국 여권이 높은 순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국가 자체가 세계적으로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여권의 암시장 가치도 높다. 위조여권 암시장에서는 최소 200만~2,000만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다가 여권을 분실했을 경우 현지에서 교묘하게 사진 등을 바꿔붙인 여권으로 미국 밀입국을 시도한다는 보도도 가끔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여권의 글로벌 파워가 우리나라보다도 낮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크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나라이지만 여권의 힘은 다른 일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미국이 많은 국가의 시민에게 비자를 요구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미국에서 온 여행자가 해외에서 비자를 초과 체류하거나 불법 활동에 가담할 위험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08년 11월 17일부터 관광 또는 상용 목적의 최대 90일 무비자 미국 방문을 시작했다. 미국은 당시 기존 면제국 27개국에서 7개국 (한국,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체코, 리투아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무비자 입국을 추가로 허용했다.(관광이나 상용 목적으로 90일 이내 미국을 방문하는 경우만 해당)

미국 조지아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현장서 우리 기업 근로자들 317명 구금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 방문이 자유로운 국가에 들어갔다. 과거 미국비자를 받기 위해서 미국대사관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던 시절에 비하면 꿈만 같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비자 수난시대'로 불릴 만큼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 기업 근로자 317명이 구금되는 등 비자 발급이 지연되거나 거부되는 사례가 발생한 탓이다.

이번 미국 행정부의 단속에서 붙잡힌 한국인 노동자들은 단기 상용 비자인 B1, 단기 관광 비자인 B2 비자를 갖고 있거나,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것이 ‘이민법 위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이뤄질 때는 양국 정상까지 나서서 떠들썩하게 발표하며 양국 동맹 발전과 협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기업들이 지닌 대미 파견 직원 비자 문제는 고질적으로 풀리지 않는 민원이었다.

조지아주뿐 아니라 미국 곳곳에 이미 건설했거나 현재 짓고 있는 공장이 반도체나 배터리 등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공장 건설 단계부터 이후 운영까지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ESTA나 B1·B2 비자를 받은 직원들을 미국에 ‘편법 출장’을 보내 현지 인력으로 활용해왔다. 미국에는 그런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한국 숙련 노동자에 대한 합법적 취업 비자를 취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우회로를 그냥 봐주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점이 명확해진 만큼 과거에 익숙했던 편법과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부는 전문 인력 취업비자인 E-4 신설 또는 전문 직종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의 한국인 쿼터(할당량) 확보 등을 위해 미국 측의 제도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트럼프, 비자수수료 100배 '폭탄'…‘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닥치고 배금(拜金)주의' 

최근 한미 양국이 합의한 관세·통상협상 결과 한국이 앞으로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한국기업들의 전문 인력의 비자 문제 해결은 더욱 시급하게 됐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무려 100배 인상한 데 대해 기업들은 미국 내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 이후 비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이번처럼 과도한 요구를 내놓을 경우 비자 문제 해결이 늦어지고, 이미 미국 내 사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사업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비자난(難)’이 고조돼 대미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은 단순한 신분증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보장하는 국민의 국제적 자유이자 권리의 상징이다. 한국 여권이 세계에서 강력한 여권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한국 여권의 위상이 지금처럼 계속 유지되기 위해서는, 외교적 노력, 경제적 안정성, 시민의식의 성숙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여권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위상을 지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트럼프의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과 '닥치고 배금(拜金)주의' 숭상속에서 미국 비자의 문턱이 높아지다 못해 담벼락이 돼 버린 수준이라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과정에서 긍정적 영향을 쉽게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미국과의 현명한 협상을 통해서 우리 근로자들의 취업비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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