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칼럼] K-컬처 열풍이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다. 국내 명소마다 몰려드는 해외 관광객들을 보면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를 정도다. 그런데 세상만사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는 법.
그런 ‘K-문화강국’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악당’으로도 불린다. 기후변화 대응에 가장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를 칭하는 오명인 ‘기후악당국’.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NGO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한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선정한 것. 1인당 탄소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을 선정 이유로 꼽았다.
또한 2019년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위기시계’를 발표했다. 기후 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별 이산화탄소 농도, 기온, 식량, 에너지,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 수준 등 6개 요소를 통합해 측정한 지표이다.
전 세계 기후위기시계는 10시 37분으로 ‘매우 위험(Highly Risk)’ 상태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은 10시 47분, 미국은 10시 39분, 중국은 11시 2분으로 세계 평균을 넘는 수준이었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속도가 멈추지 않는다면, 21세기말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00년 전에 비해 4℃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이상 고온과 집중호우 증가, 가뭄의 심화로 이어진다. 2070년대에는 한반도 대도시 대부분은 아열대 기후대에 접어들 것이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위기는 단순히 지구 온도 상승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의 위기이자 경제·일자리·인권의 위기"라면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산업경쟁력은 약화하고 홍수·가뭄·산불 같은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약자와 소외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기후·에너지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
이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며 사회·경제 문제도 함께 풀어갈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면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탄소중립의 초석을 놓을 것"이라고 대선 공약 등으로 이미 공언해둔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부(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연구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의 구축을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함수’로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하고 통합과 균형의 원리 아래 조직개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부응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3대 전략에 따른 5대 과제 중 하나로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산업 구조 대전환을 위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와 같은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은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사무의 주관 부처와 주요 온실가스 배출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 사이의 괴리, 불협화음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 사무는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 7억 2,430만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q) 중 약 94.3%를 차지하는 에너지(76.2%)와 산업공정(18.1%) 부문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실에서 관장한다.
이와 같은 부처 간 기능 분산으로 인해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 저감 목표 달성은 미흡했고, 전환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주요 정책 수단인 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가 미진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지적이다.
조개가 사라진 율티갯벌에서 거는 기대
또한 향후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기후위기, 그리고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전기화로 인한 에너지 수요 증가 등 미래 상황 변화에 현재 환경부 중심의 관리체계로는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제기도 무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기후·에너지 정책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으로 책임질 컨트롤 타워 구축의 필요성을 복합 위기에서 찾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동시에 홍수·가뭄·산불 같은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약자와 소외 지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후·에너지 정부조직 개편 방안으로 크게 3가지 안(案)이 논의되고 있다. 먼저, 환경부의 기후 정책 부문(기후탄소정책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에너지정책실)만 분리,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이다.
다음으로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확대 개편되는 방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환경부의 기후정책 부문을 이관, ‘기후에너지산업통상부’를 만드는 방안도 있다.
문제는 기후위기와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함수’로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합적으로 균형 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후 대응과 산업경쟁력 유지·강화 사이의 균형도 중요하다. 한 부처에 기후와 에너지, 규제와 진흥이라는 상반된 두 기능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에너지’부가 ‘기후위기’와 ‘에너지’라는 2마리 토끼를 잡아 ‘K-문화강국’에 이어 ‘‘K-기후·에너지국’으로 거듭 나기를 기대한다.
기후위기로 물고기와 조개가 사라져 어업경제가 붕괴되고 어촌사회가 소멸해가는 율티마을 창포만 갯벌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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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