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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K-조선, 관세 협상 무기로 써라
진격의 K-조선, 관세 협상 무기로 써라
  • 나병문
  • 승인 2025.07.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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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의 경쟁력은 탄탄한 제조업 기반...K-조선의 전략적 가치와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할 절호의 기회

[나병문 칼럼] 작년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초강대국의 지도자가 취임 전부터 이런 요청을 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K-조선의 경쟁력을 인정한 방증이자 한국 조선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떠올랐음을 확인해준 사례라 하겠다.

최근 K-조선이 외교·통상 협상의 전략 무기로 대두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같은 세계 최상위권 조선소를 다수 보유한 한국은 초대형 LNG운반선 등 고급 기술이 필요한 선박 건조 능력에서 중국과 일본을 능가한다. 물론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지켜내고 몇 가지 문제점을 개선한다면 기술 선도국의 지위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업의 경쟁력은 탄탄한 제조업 기반에서 나온다. 대규모 조선소를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시설투자가 필요하고, 선박의 수주(受注)에서 인도(引渡)까지 수년이 걸리는 과정을 차질없이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세계 조선 시장은 해양 패권을 틀어쥔 몇몇 강대국이 독점하다시피 했었다. 이런 국가적 전략산업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었던 까닭은 우수한 노동력을 비롯하여 철강과 기계 등의 기반 산업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조선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규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EU 역시 선박의 친환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은 탈탄소·스마트 선박 기술에 주력하고, 일본도 자율운항 선박의 국제표준화를 앞세워 공세적인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과감한 투자와 대대적인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

한·중 각축장이 된 조선업

2024년 세계 조선 수주량은 약 6억 7천만 톤이다. 중국이 4억 7천만 톤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억 1천만 톤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이은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유지, 중국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의 생산능력 확장과 달리 한국은 중소형 선박, 범용 선종, 기자재 생태계 등의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기술력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워야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LNG, 수소, 자율운항 등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지속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며 “민간의 힘만으로 극복 불가능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조선업이 호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미 조선 협력을 비롯한 정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승혁 삼성중공업 상무도 “현재는 조선업에 위기도 있고, 기회도 있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라며 한국의 조선업이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지키려면 핵심 원천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과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의 발전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은 그동안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 비교적 수익성이 낮은 선박을 주로 생산했지만 얼마 전부터 가스 운반선이나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두루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급속히 갖추고 우리를 추격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크루즈선과 초대형 LNG운반선까지 건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이 지금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선업은 단순한 제조산업을 넘어 안보를 비롯한 국가 전략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중국과 일본은 조선업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조선업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K-조선을 관세 협상의 무기로

초미의 관심사인 한미 관세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으려면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지렛대가 ‘K-조선’이다. 알다시피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조선업은 크게 약화하였고, 이는 중국과의 해양 패권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원하는 조선 분야 협력을 주요 의제로 내세워 공세적인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1920년에 제정한 존스법(Jones Act)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에는 미국에서 건조된 미국 국적 선박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이 법을 고수하는 한 미국 조선업의 재건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그와 관련하여 채우석 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미국 내의 민주·공화 양당 모두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선업 재건이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대미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카드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K-조선과의 협력을 절실히 원하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중국에 해상 패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K-조선을 외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해군이 필요로 하는 군함과 특수선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조선업이 고전하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향후 안보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우리에겐 K-조선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 미 해군의 군함 MRO 참여부터 신규 군함 건조, 미국 내 조선소 투자까지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협상은 K-조선의 전략적 가치와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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