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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 새판 짜기](70) 신뢰받는 금융, 사회책임에서 시작
[한국 금융, 새판 짜기](70) 신뢰받는 금융, 사회책임에서 시작
  • 권의종
  • 승인 2025.07.0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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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의 중개자에서 사회의 신뢰자로...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신뢰 가능한 판단 근거를 제공해야

[금융소비자뉴스 권의종 논설실장] 금융은 단순히 돈의 흐름을 중개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신뢰를 매개로 작동하는 복합적 사회 시스템이다. 은행이 예금을 보관하고, 보험사가 위험을 보장하며, 투자회사가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신뢰’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금융은 불완전판매, 도덕적 해이, 불투명한 경영 등의 문제로 인해 그 신뢰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금융의 본질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절실한 과제다.

금융소비자는 수익률보다 정직한 절차와 투명한 정보에 신뢰를 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금융기관은 단기 실적에 몰두한 나머지 고위험 상품의 위험을 은폐하거나, 불완전한 정보 제공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이윤 추구에 치우치고, 위기 발생 시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면, 결국 금융 전반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진다.

이러한 불신은 금융 기피, 투자 위축, 자산 형성 기회의 축소로 이어져 금융의 선순환 구조 자체를 해체시킨다. 신뢰 회복은 금융사의 윤리 문화 확립, 내부통제 강화, 책임 거버넌스 구현 없이는 불가능하다. 감독당국 역시 사후 처벌 중심의 기조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과 소비자 보호에 중점을 둔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불완전판매, 신뢰의 뿌리를 흔들다

최근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불완전판매’다.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실손보험, 방카슈랑스, 변액보험 등에서 발생한 수많은 사례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비대칭이 소비자에게 어떤 위험을 안기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비자는 상품의 구조와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가입했고,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이 같은 관행은 수수료 중심의 수익 구조, 실적 위주의 영업 문화, 미흡한 내부통제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사들은 자체 윤리 기준을 강화하고, 내부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또한 금융상품의 위험등급을 보다 정교하게 분류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법·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이해와 자발적 동의다. 상품 설명 의무는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실질적 소비자 권리로 기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판매 직원의 전문성 강화, 상품 설계 단계에서의 소비자 관점 반영, 설명 절차의 전자적 기록화 등도 고려돼야 한다.

책임 있는 거버넌스와 윤리 경영

금융기관의 신뢰는 그 조직의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윤 극대화에만 매몰된 주주자본주의적 구조에서는 장기적 안목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금융사 이사회와 경영진은 윤리 경영, ESG, 소비자 보호 등 비재무적 성과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당국은 금융사 거버넌스 감독을 강화하고, 감사 및 준법감시 부문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외부 감사체계의 실효성도 제고돼야 하며, ‘고객보호 최고책임자(CCO)’ 제도의 실질화는 내부 통제의 핵심 장치가 되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의 보상 체계를 단기 실적 중심에서 고객 만족도, 장기성과, 사회적 기여도에 연동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금융은 신뢰를 자산으로 삼는 산업이다. 이 자산을 지키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존재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소비자 중심의 제도 개혁

금융의 신뢰 회복은 금융사 내부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 전반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첫째, 금융상품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 판매책임의 소급적용 등 실질적 소비자 구제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금융교육과 정보 제공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금융교육은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머물러 있다. 이를 생애주기별 체계로 확장하고, 정규 교육과정 및 지역사회 프로그램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셋째, 공공 중심의 금융정보 포털, 금융상품 비교 플랫폼을 확대 운영해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상담 서비스 및 권익 보호 기관도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

ESG와 금융의 사회적 책임 확대

오늘날 금융은 단지 수익 창출 수단을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의 주체로서 거듭나야 한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투자기준을 넘어, 금융기관의 경영철학과 실천원칙이 되어야 한다. 특히 ‘S(사회)’와 ‘G(지배구조)’는 금융의 핵심 기능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금융기관은 단순히 친환경 상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서비스 확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지원, 내부 통제와 투명한 지배구조 실현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ESG 관련 정보공시 체계와 평가지표의 표준화가 시급하며,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신뢰 가능한 판단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ESG 금융 활성화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인센티브 체계를 수립하고, 위장 마케팅(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만이 지속가능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정리

▪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불완전판매와 도덕적 해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 금융사의 윤리 문화 정착, 내부 통제 강화, 책임 있는 거버넌스 체계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

▪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혁, 금융교육의 정착, 정보 접근성 확대가 중요하다.

▪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통해 금융은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실현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금융소비자뉴스 논설실장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사단법인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 전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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