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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 명암...애플을 왜 현장에서 만날 수 없었을까
CES 2025 명암...애플을 왜 현장에서 만날 수 없었을까
  • 정종석
  • 승인 2025.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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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CES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AI가 삶에 스며들며 일상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구현

다만 CES 폐막이 점차 가까워지자 "생각보다 혁신적인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는 느낌 들어

애플은 CES에 내내 불참...'퍼스트 무버'들은 안보이고 '패스트 팔로워'들만 뛰는 것은 아닌가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CES) 2025로 가는 길은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한국이 미국과 비자(사증)면제협정을 맺었지만 미국에 가려면 먼저 21달러를 내고 ESTA(미국 전자여행허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동시에 CES사무국이 발급하는 참관 배지(badge) 발급도 인터넷을 통해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배지를 받지 못하면 CES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다. 더욱이 발급비용이 전년도 12월4일까지는 149달러이고, 12월5일~1월10일은 350달러나 된다(필자는 늦게 신청하는 바람에 350달러를 냄).

말로만 듣던 CES를 처음으로 참관하기 위해서 이처럼 복잡한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라스베가스 현지에 가는 항공권과 숙박호텔을 예약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라스베가스 호텔들은 대규모 행사 여부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행사가 없을 때에는 1박에 40~50 달러에 불과한 호텔도, 규모가 큰 행사기간에는 200달러가 넘어간다. 따라서 CES처럼 규모가 큰 행사는 당연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행사 때도 2~3개가 겹치면 숙박비가 엄청나게 올라간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과정도 험난했다. 인천공항에서 라스베가스로 가는 국적기 직항편은 이미 동이 났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한해 전 또는 몇개월 전부터 CES를 참관하기 위해서 직항편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국적기로 샌프란시스코에 간 다음 라스베가스행 미국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했다(귀국항공편도 한국까지 직항편은 이미 매진되고 없었다. 그래서 라스베가스에서 버스편으로 로스앤젤레스까지 육로로 와서 돌아왔다).

또 3박4일에 불과한 CES기간에 맞춰서 가려면 비싼 항공권은 어쩔 수 없다. 전 세계적인 CES특수 속에서 한국에서 출발하는 라스베가스행 항공편도 대부분 자리가 없고, 있어도 저렴한 항공권은 찾기가 힘들다.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국적기도 그렇지만 샌프란시스코의 국내선 오클랜드공항에서 라스베가스까지 가는 미국 비행기(사우스웨스트 항공) 안에서도 이곳이 마치 미국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인 일색이었다.

CES 2025 행사장 입구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마치 COEX에 와 있는 느낌

라스베가스 공항 도착 후 미국 이민국 입국심사를 마치고 나오자 공항내 CES사무국에서 마련한 부스에서 CES입장이 가능한 배지를 미리 수령하기 위해서 긴 줄을 서야 했다. 수령할 때에는 여권(Goverment ID)과 사전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만큼 이 절차를 마치는데도 부산했다.

여기서도 한무리의 한국인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가운데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려서 마치 서울 삼성동의 종합전시장(COEX)에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CES 2025 개막일인 1월7일이 밝았다. 오전 10시 개막시간에 맞춰서 묵고 있던 룩소르(LUXOR) 호텔에서 전시장인 라스베가스 컨벤션센터(LVCC)로 가기 위해서 나왔으나 어디에서 버스를 타는지 몰라서 20여분 동안 우왕좌왕하다가 혼자서 하는 여행이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툰 영어로 여기저기 묻고 물어서 엑스컬리버 호텔의 집결장소에 왔으나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한참을 기다린 끝에 겨우 버스를 얻어타고 10여분이 걸려서야 대망의 CES 전시장에 입장하게 됐다.

메인 전시장인 LVCC주변에는 이미 CES 배지를 목에 건 많은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직접 현장에 와서 참관을 해본 결과,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라는 이름답게 CES 2025는 인공지능(AI)의 무대였다. 외신으로나 TV에서 접하던 CES와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전시장 크기 또한 서울 COEX의 7배 규모라고 하니까 놀랄 수 밖에 없다. 인파 또한 엄청났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온 13만5000명이 넘는 대규모 관람객이 참여했다고 한다. 전시장 안에서는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없고, 재수가 좋으면 간혹 참여업체가 전시장 부스에서 간이식으로 제공하는 피자 한쪽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행사장 지하1층의 계단 한편에 위치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나 샌드위치, 소시지같은 간식을 팔았다. 그것도 스탠딩테이블 뿐이라서 그 자리마저 끼어들지 못하면 그냥 서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CES에는 160여개국·지역에서 주요 글로벌 기업과 스타트업 등 4천8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시 규모와 참가 기업 모두 지난해보다 10% 안팎으로 늘었다. 올해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 1031곳으로, 역대 처음으로 1천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했다.

CES 2025의 삼성전자 부스

호텔서 작은 생수 한병 5달러, 코카콜라 10달러 판매 

미국(1509곳), 중국(1399곳)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실제로 라스베가스 내의 주요 호텔과 시내에서 한국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도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AI 기술과 설루션을 선보였다. 올해는 CES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인 AI가 삶에 스며들며 일상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구현됐다.

참가 기업수는 가장 많지만, 출장 인원이나 예상 경비는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고 참가자들이 말한다. 날이 새면 오르는 살인적인 환율 탓이다.

라스베가스 중심부에 위치한 한국식당의 김치찌개 1인분 가격은 19.95달러, 돼지불고기 정식은 28.95달러다. 여기에 네바다주 세금 8.37%, 최하 수준의 팁 18%를 더하면 둘이서 한끼에 62달러 이상을 쓰는 셈이다. 1472원의 환율을 고려하면 한화로 약 9만2000원의 지출이다.

호텔에서 작은 생수 한병에 5달러, 코카콜라는 10달러씩에 판다. CES 행사장내 간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한개와 콜라 한병값이 27~28달러 수준이다. 그만큼 미국물가가 비싼 것이다.

CES 2025 참관을 통해서 2022년 11월 출시된 챗GPT 열풍으로 지난해 행사에서 전면에 배치된 AI는 올해는 기술 소개 수준을 넘어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AI가 모든 영역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요소가 됐고, 이제 AI는 로봇과 결합해 인간과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시대에 와있음을 알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또한 신제품보다는 한층 더 고도화된 AI 기술을 기반으로 그동안 강조해 온 스마트홈을 '초개인화'된 경험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진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처음 와본 CES 2025가 폐막에 가까워지자 필자와 같은 사람도 "생각보다 혁신적인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는 인상이었다.

AI 등의 최첨단 기술을 앞세워 혁신성을 뽐낸 제품과 기술이 다수 전시됐지만 이렇다 할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내용에서 '한방'을 찾기 힘든 이유로는 점차 치열해지는 기술경쟁의 와중에 자사가 보유한 신기술을 공개하기 꺼리는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현지에서 들었다.

라스베가스 환영 입간판과 필자

애플이나 페이스북은 CES 참여 안해도 늘 주목 받아

특히 모방 위주의 '카피캣' 전략을 쓰는 중국업체들이 다수 참가하면서 CES 참가기업들이 내밀한 신기술이나 제품은 초대받은 사람들만 들여다볼 수 있는 개별 전시관(프라이빗 부스)에서 선보였다. 실제로 필자와 같이 혼자서 참관을 온 사람은 한국 대기업의 부스를 찾았을 때도 사전예약이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문제는 혁신적인 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에서 멀지 않은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5가 눈에 띄는 신제품이나 혁신 기술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지금처럼 한국기업과 한국인으로 행사장이 넘치는 건 한번쯤 따져볼 만한 일이다.

애플은 그동안 CES에 참가한 적이 없다. 엔비디아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특별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관심이 줄었다고 한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도 한국의 대기업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개한 신기술과 제품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했다.

사실 애플이나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기업은 이런 행사에 참여하지 않아도 늘 주목을 받는다(이 두 기업은 CES에 참가한 경력이 없어서 굳이 이들이 CES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우스꽝스럽다는 진단도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기회가 드믄 기업들은 CES와 같은 행사를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CES 2025는 단순한 전자제품 전시를 넘어 세계 기술 트렌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사실이다. CES 2024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면 올해는 AI를 중심으로 양자(Quantum)와 우주, 에너지 전환 등이 합류하며 기술 혁신의 중심이 미국에 있음을 과시했다.

과거 1940년대 벅시 시겔을 중심으로 황량한 네바다사막의 한 가운데 건설된 라스베가스는 '환락의 도시'답게 이른바 마이스(MICE) 산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마이스는 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폭넓게 정의한 국제 회의·전시회·컨벤션·박람회 등의 산업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부흥)’를 거듭 부르짖는 가운데 CES는 점차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은 보이지 않고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들만이 뛰는 '2부 리그'로 추락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CES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미국의 기술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막대한 참가비를 받는 등 거대한 '이익챙기기' 속에서 알짜는 빠지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나라의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만의 느낌이었을까.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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