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정기석 칼럼] 로컬 푸드부터 로컬 브랜드, 로컬 컨텐츠, 로컬 투어, 로컬 맛집,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비즈니스에다, 마침내 로컬경제학이나 로컬리즘까지 등장했다.
오늘날, 마치 ‘로컬(Local)’의 바람이 도처에서, 무시로 난무하고 있다. 지방소멸을 막고 지역활성화를 촉발할 특효처방전이라도 되는 듯 용어가 과도하게 범람, 남발되고 있다.
지역마다 분에 넘치는 각광을 받고 지역을 넘어 지역으로, 전국적으로 유행의 파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심지어 시류를 잘 읽은 어떤 대학의 경제학자는 난데없이 로컬경제학자를 자임, 특화되어 마치 로컬의 복음을 전파하는 신교의 전도사인양 로컬의 골목길 또는 골목상권을 누비고 다닌다.
특히 관행과 관습이 답답하고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들에 탄착점을 맞추고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때, 로컬이라는 유행어와 신문물의 사정과 처지를 잘 모르는 중앙의 청년들일수록 그저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아마도 로컬의 현실과 진실을 선진외국의 교재나 연구보고서나 논문으로 배웠을지도 모를 이 학자는, “중앙의 청년들이여, 지방의 골목길로 내려가라. 거기 ‘먹고 살 길, 재미나는 일거리’가 많다”며 자신있게 선동, 유인, 호객하고 있다.
마치 비장한 로컬리즘의 전도사나 격정적인 나팔수 행세를 하고 나선 지경이다. 다만, 본인이나 가족들 스스로는 청년들에게 그토록 권유하듯 로컬의 골목길경제로 먹고 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로컬은 커녕, 이른바 수도 서울의 사립명문대학에서 높은 연봉과 안정된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살고 있다. 평범한 학자들의 일반적인 특징대로 굳이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컬을 알지니 로컬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우러나는 것일까. 로컬을 잘 알고 싶고 로컬로 인해 먹고사는 일에서 자유롭고 싶은 심정에서, 몹시 궁금하고 불안하다.
지방소멸의 해법, 로컬리즘을 넘어 ‘뉴로컬리즘’까지
로컬전도사를 자처하며 유명해진 이 로컬경제학자는 “골목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로컬의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중앙의 로컬에서는 홍대, 삼청동, 이태원, 가로수길이 뜨고 지방의 로컬에서는 전주의 한옥마을, 경주 황리단길을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고 있다.
나아가, 가히 골목길의 소상공인들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하며 ‘로컬문화’를 창조했다고 단언하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로컬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며 앞으로 경제의 중심은 지역이 되고 골목조차 새로운 시대의 대안이 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가 거론한 홍대에도, 삼청동에도, 이태원에도, 가로수길에도, 전주한옥마을에도 로컬리즘이나 로컬크리에이터나 로컬컨텐츠는 없다.
그저 그냥. 일반적인 자본주의와 자본력으로 무장한 자영업자와 영리 목적의 유사한 상품만 로컬의 거리와 가게와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을 뿐. 로컬의 감성이나 문화나 생태계를 되살리기는커녕 을씨년스러운 젠트리피케이션의 깃발만 나부낄 뿐.
한편, 이른바 인구 통계와 세대 분석 전문가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뉴 로컬리즘’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에서 실패한 정부의 인구대책 해답이라는 것이다.
일자리·문화·교육·의료 등 모든 인프라와 자원을 빨아들이지만 안온한 둥지가 없는 서울 중심주의가 문제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정작 로컬리즘에는 지자체와 주민은 빠져있는 구조”라면서 “로컬리즘의 주체는 민관산학이 되어야 하며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가진 로컬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어쨌든, 그럼에도 로컬 재생을 위한 ‘로컬’의 행렬에 전국 각지의 지역들이 다투듯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거의 선도적인 사례지의 유행과 시류를 따라하는 모양새와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일단 정책이나 제도나 예산을 앞세워서 말이다. 로컬리즘의 성패를 좌우할 로컬을 지키고 살릴 사람, ‘로컬크리에이터’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상품성과 시장성과 수익성을 넉넉히 갖춘 ‘로컬컨텐츠’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현실을 바라보는 보는 관점과 입장이 차이일 수도 있겠다.
로컬크리에이터의 미래, 청년몰에서 미리 배우기를
문제의 원인은 근본에서 찾는 게 좋다. 정책 매뉴얼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가 갖추어야 할 요건 세가지를 든다. 우선 문화예술, 지연생태, 생활문화, 지역특산물 등 지역의 유무형의 자원과 특성을 기반으로 할 것.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해 중소기업을 창업할 것. 그리고 지역의 특색과 장소성을 살려 고용 창출, 관광객 유치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
근본적으로, 로컬크리에이터는 '농산어촌 로컬공간의 재생실험과 가치창출을 주도하는 핵심주체'를 뜻한다. 당연히 오늘날 인적, 물적 자원이 사막화되고 박제화된 거의 모든 농산어촌에는 그만큼 준비된 로컬크레이에터가 있을리 없다.
물론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부터 선제적으로 투입, 로컬크레이어터를 발굴하고 양성하고 육성하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선행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거액의 지원예산이 아직 로컬과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청년들에게 무리하고 과도하게 투자되는 실수와 실패가 예정된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날 전주 남부시장의 선례를 흉내내며 전국의 전통시장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으나 오늘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청년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마침 지역소멸 대응의 책임을 분담하고 있는 농정책임자인 농식품부도 ‘로컬 대세’에 편승, 농촌 읍·면 소재지에 자원을 집적한 ‘로컬콘텐츠타운’ 사업을 새로 내걸었다. 새로운 개념의 농촌마을을 조성, 청년 크리에이터와 로컬컨텐츠, 지역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양성한다는 목표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사업지침에서 선도적이라 평가한 홍성, 남원, 완주, 제주의 농촌마을 골목상권 사례를 살펴보니 역시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그 농촌마을의 골목에서 본인이 가족들과 한번이라도 인생을 걸고 먹고 살아봤는가?
‘로컬’이 ‘로컬’을 먹여살린다고? ‘로컬’이 ‘로컬의 삶‘을 자유롭게 한다고?
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