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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 입법과제](74) 집권당의 ‘무면도강(無面渡江)’과 ‘다시 만난 세계’
[제22대 국회 입법과제](74) 집권당의 ‘무면도강(無面渡江)’과 ‘다시 만난 세계’
  • 정종석
  • 승인 2024.12.1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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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되자 국민의힘, 극심한 내홍 상태...김대석 수석대변인, 중국고사에서 항우가 패망 후 언급했다는 ‘무면도강’이란 말로 고통스러운 심정 표현...재계, 여야간 이견없는 이른바 '무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 요구...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대표적...탄핵안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내려질 지 모르지만 국회가 ‘다시 만난 세계’에서 차분히 입법활동에 정진해야

지난 5월 30일 제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후반기, 그리고 다음 정부의 임기 초반기를 함께 할 국회이다. 금융소비자뉴스는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아서 사단법인 서울이코노미포럼과 공동으로 ‘제22대 국회 입법과제’라는 주제로 온라인포럼을 개최한다.<편집자 주>

■공동주최 : 금융소비자뉴스, (사)서울이코노미포럼

■후원 : (사)전국퇴직금융인협회, (사)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구원, 서울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중국 고사에서 힘이 장사라고 하면 흔히 항우(項羽)를 떠올린다. 중국 진(秦)나라 말기 무장으로 키가 8척이 넘고, 힘은 큰 무쇠 솥을 들어 올려 산이라도 뽑는다는 역발산(力拔山)이라고 불렸다.

명문가 출신으로 진시황(秦始皇) 사후 혼란한 나라를 평정한 뒤 서초패왕(西楚霸王)을 자칭했다. 그렇지만 통일의 영광은 한(漢)의 유방(劉邦)에게 돌아갔다.

그가 패망한 것은 주변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하는 길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항우는 고집으로 망하고 조조는 꾀로 망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 이전까지 항우는 싸울 때마다 연전연승했고 천하의 패권을 쥐기도 했다.

이 싸움에서 대세가 기울자 자신의 초라한 몰골을 되돌아봤다. 이는 하늘이 망하게 한 것이지 싸움에 약했기 때문이 아니라며 최후의 분전을 했지만 대세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무면도강(無面渡江)’은 일에 실패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는 형편을 말한다. 바로 항우가 싸움에 패하고 오강(烏江)에 이르렀을 때, 정장(亭長)이 그에게 고향인 강동(江東)으로 돌아가 권토중래할 것을 권했으나 “무슨 면목으로 돌아가리오” 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항우는 처음 숙부 항량(項梁)과 함께 거사했을 때 강동의 젊은이 8,000여 명이 힘을 합쳐 가는 곳마다 승리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책사 범증(范增)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고만장하는 동안 점점 한신(韓信), 장량(張良) 등 공신의 계책을 받아들인 유방에 밀리게 됐다.

마침내 해아(垓下)에서 건곤일척, '운명의 승부'가 벌어진다. 이 전쟁에서 항우는 초(楚)나라 노래가 들려오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작전에 참패를 당하고 되돌릴 수 없는 길로 가고 만다. ‘고집의 끝판왕‘ 항우가 결국 고집으로 망했다는 교훈을 후세에 남겼다.

제22대 국회, 여야의 근한적인 대립으로 제대로 된 '입법의 소임' 다하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14일 의결되자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하고 극심한 내홍상태에 빠졌다. 김대석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대해 "참담하다"라면서 "무면도강이라는 말로 대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국고사에서 항우가 패망 후 언급했다는 ‘무면도강’이란 말로 고통스러운 심정을 표현한 것이다.

어느 대통령이나 취임 초기에는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대부분 대화나 타협이 실종된다. 주요 정책도 자기주장만 고집한다.

대통령은 지지율도 신경쓰지 않았다. 초유의 비상계엄이란 ‘자책골’을 넣은 후 결국 탄핵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근본 원인은 불통과 오만의 리더십 때문이 아닐까. (물론 거대 야당의 탄핵남발과 밀어붙이기식 국회운영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개원한 제 22대 국회는 그동안 여야의 근한적인 대립으로 제대로 된 입법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재계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이른바 '무쟁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탄핵 정국으로 인해 주요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건의한 경제 분야 입법 과제 23개 중 여야 모두가 공통으로 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2개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는 세액공제를 포함해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각국이 반도체 산업 패권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여야도 22대 국회 들어 나란히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며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그런데 여당의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두고 여야 간 시각차를 보이면서 소관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전폭 지원해 줄 무쟁점 법안인 AI 기본법 통과도 시급하다. 현재 국회에서 심사 중인 AI 기본법은 AI를 도입·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AI 기술 도입·활용 자금 지원 등 AI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통령 탄핵 순간에 국회대로 앞에 울려퍼진 노래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또 보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첨단전략산업 기금법안과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도 첨단산업 투자지원 강화를 위한 무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첨단산업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전력망을 조속히 확충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시급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수소법 개정안, 고준위 특별법 제정안 등도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무쟁점 법안으로 처리가 시급하다. 숙련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 연장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국인고용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역 내 기업투자 유치가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할 열쇠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획발전특구 내 파격적인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절실하다.

지난 14일 오후 5시 무렵. 서울 여의도에 운집한 시민과 정당인 200만명(주최 측 추산)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선포가 영상을 통해 전해지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노래와 춤을 이어갔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발발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에 국회대로 앞에 울려퍼진 노래는 2007년 발매된 원조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다시 만난 세계'는 희망과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그동안 여러 집회 현장 등에서 불려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이제 공이 헌법재판소(헌재)로 넘어갔다. 탄핵 사건이 접수되면 헌재는 180일 내에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내려질 지는 모르지만 국회가 그 이전이라도 ‘다시 만난 세계’에서 차분히 당면한 입법활동에 정진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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