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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9) 의료 공백과 지방 의료 붕괴 :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韓경제 아킬레스건](9) 의료 공백과 지방 의료 붕괴 :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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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지방 의료의 붕괴는 대한민국을 ‘의료 양극화’라는 극단적 균열 초래

-권의종(경영학 박사·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한 지역 국립대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과 대기하는 환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응급실 뺑뺑이'와 필수 의료의 도미노 무너짐

[권의종-이왕로 박사] 지방의 의료 공백은 이제 통계 수치를 넘어 시민들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잔혹한 현실이 되었다. 중증 응급 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다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은 수도권 밖 지방 도시에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 국민의 생명 및 기본권과 직결된 ‘필수 의료’ 분야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지방 의료 생태계는 급기야 지역 거점 종합병원들의 기능 마비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지방 필수 의료의 붕괴는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의료 자원 쏠림 현상이 결합한 구조적 재앙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 병원들은 환자 수 부족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이는 필수의료진에 대한 처우 악화와 인력 난항이라는 비극적 굴레를 낳았다. 수익성이 낮고 형사 처벌 등의 리스크가 큰 필수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에서는 의사를 구하기 위해 억대 연봉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 생명의 최전선을 지키는 응급실과 수술실이 문을 닫으면서, 지방 거주민들은 단지 ‘수도권 밖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생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불평등에 내몰리고 있다.

필수 의료의 무너짐은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지방 도시의 특성과 맞물려 위험성을 극대화한다. 급성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대형 교통사고 등 1분 1초를 다투는 응급 질환 환자의 비율은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일수록 월등히 높다. 그러나 정작 이들을 살려낼 응급 수술실과 전문의는 지방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방의 필수 의료 무너짐은 단순한 의료 서비스의 품질 저하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안전망의 파탄을 의미한다.

소아과·산부인과의 소멸: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없는 무의촌의 확산

지방의 의료 인프라 붕괴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연쇄 폐업이다. 이미 지방 수십 개 시·군·구는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아예 없는 ‘분만 취약지’로 전락했다. 임신부는 진통이 시작되어도 한 시간이 넘는 거리의 인근 대도시 병원으로 원정 출산을 떠나야 하며, 고위험 산모의 경우 이동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아이를 낳을 병원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당 지역은 젊은 부부들에게 거주 대상지에서 완벽히 배제된다.

아이를 낳는다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야간이나 주말에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찾아갈 소아과 응급실이나 야간 진료 병원은 지방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새벽부터 병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은 수도권을 넘어 지방 전역에서 일상이 되었고, 그마저도 소아과 의사의 절대적 부족으로 진료 인원이 제한되기 일쑤다. 아이가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공포감은 부모들에게 심각한 육아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주며, 지방에서의 정주 의향을 꺾어버리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소멸은 지방의 저출산을 한층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기폭제다.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의료 여건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출산율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에 불과하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아이 키우기 힘든 환경’은 젊은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더욱 부채질하고, 이는 다시 환자 수 감소로 이어져 남아있던 소아과와 산부인과마저 문을 닫게 만드는 가공할 도미노 효과를 낳고 있다.

의료 양극화와 '의료 난민': 지방 소멸을 가속하는 최종 충격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지방 의료의 붕괴는 대한민국을 ‘의료 양극화’라는 극단적 균열로 몰아넣고 있다. 지방의 의료 인프라가 신뢰를 잃으면서, 조금이라도 중한 질환에 걸린 지방 환자들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서울의 이른바 ‘빅5’ 대형병원으로 몰려든다. 지방 환자들이 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의 병원으로 원정 진료를 오는 현상은 ‘의료 난민’이라는 비극적인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의료 난민의 증가는 개인에게 경제적·육체적 피로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 의료 체계의 자생력을 완전히 뿌리 뽑는 부작용을 낳는다. 지방의 중증 환자들과 자본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유출되면서 지방 종합병원들은 재정난이 더욱 심화되고, 이는 다시 의료진 이탈과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완성된다. 결국 지방에는 가벼운 질환만 진료하는 1차 의원급 병원만 남고, 생명과 직결된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할 대형 거점 병원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아파도 갈 병원이 없다는 공포는 지방 거주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고령층은 물론, 의료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세대에게 지방은 ‘살기 위험한 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의료 인프라의 해체는 지방의 정주 여건을 파괴하는 최종적 충격파로 작용하며, 도시로서의 기능 완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지역 의사제, 필수 의료에 대한 파격적인 수가 개선 등 국가 차원의 결단이 없는 한, 지방 의료의 붕괴는 곧 대한민국 국토 전체의 불균형적 소멸을 완성하는 시형 통지서가 될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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