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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 '혁신의 찬가' 속에서 '경계의 눈'을 떠야 할 때
AI 거품론, '혁신의 찬가' 속에서 '경계의 눈'을 떠야 할 때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5.11.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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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만든 착시, 기술혁신의 그림자...기술의 발전이 시장의 신뢰로 이어지려면 ‘기대’가 아니라 ‘실질’에 기반한 성장이 필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AI가 세상을 바꾼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혁명의 거대한 파도에 휩싸여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스스로 사고하는 생성형 AI는 인간의 일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경제·산업·금융·교육·문화, AI가 닿지 않는 영역이 없다. 각국 정부는 ‘AI 주권’을 내세워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AI 전환’을 미래 전략의 중심에 둔다.

그러나 역사는 경고한다. 기술혁신의 서사에는 언제나 ‘기대의 과열’이 동반됐다. 닷컴 버블, 부동산 금융위기, 비트코인 광풍…. “새로운 시대”라는 구호 속에서 투기의 불씨가 피어올랐고, 미래를 약속하던 기술은 종종 거품으로 변했다. 열광이 식은 자리에는 냉소와 후회만이 남았다.

오늘의 AI 열풍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기술기업의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스타트업에는 천문학적 자금이 몰린다. 그러나 실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상업화의 길은 멀고, 수익의 실체는 희미하다. 기술의 본질보다 기대가 시장을 이끄는 현상, 그것이 바로 거품의 징조다. 기대가 실질을 앞서면 신뢰는 흔들리고, 혁신의 찬가가 거품의 전조로 바뀌는 순간은 언제나 “너무 빠르다”고 느낄 때 찾아온다.

‘AI 거품론’의 실체 - 기대와 현실의 괴리

거품이란 실질 가치보다 기대가 과도하게 앞서는 현상을 말한다. 기술혁신의 영역에서는 이 같은 착시가 늘 반복되어 왔다. 

무엇보다 기술의 진보와 현실 성과 사이의 간극이 크다. 데이터 품질의 한계, 막대한 연산 비용, 윤리와 법제의 미비 등 구조적 제약이 여전하다.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제한적이며, 그 혜택도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밸류에이션의 과열이 더해진다. 2024년 상반기 기준 글로벌 AI 상장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60배가 넘지만, 영업이익률은 5%에 불과하다. 신화가 실체를 압도한 시장은 결국 조정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사회의 흡수 속도가 기술의 진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인재 양성과 제도 개선, 문화적 수용력 없이 혁신이 앞서가면 그것은 곧 피로로 변하고, 신뢰는 흔들린다.

결국 ‘AI 거품론’은 비관론이 아니다. 기술은 앞서 달리지만, 제도와 신뢰가 뒤따르지 못할 때 거품은 커진다. 경고의 본질은 ‘멈춤’이 아니라 ‘균형’이다.

거품을 넘어 실질로 - 한국 경제의 세 가지 과제

AI는 분명 성장엔진이다. 그러나 흥분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산업의 불균형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기업은 AI 인프라를 갖췄지만, 중소기업은 데이터 접근과 인재 확보에서 막혀 있다. ‘AI 양극화’가 심화되면 혁신의 확산은 불가능하다.

또한 자본시장의 과잉 유동성도 경계해야 한다. 코스닥 AI 지수는 1년 새 80% 급등했다가 반년 만에 30% 하락했다. 기대가 현실을 앞서면 조정은 폭력적으로 찾아온다. AI 관련주에 몰리는 단기 자금은 산업 기반이 아니라 투기 심리를 반영한다.

게다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보조금 위주의 단기 부양책은 일시적 붐만 키울 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 기술 수준과 상용화 가능성을 평가할 독립적 심사체계가 필요하다. 정부가 ‘지원자’가 아니라 ‘감독자’로 역할을 바꾸지 않는 한, 거품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거품을 막는 다섯 가지 처방 - ‘규제’가 아니라 ‘현실화 전략’

이제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규제가 아니라 현실에 기반한 실질적 성장 전략이다.

첫째, 현실 기반의 밸류에이션 검증이 필요하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검증된 수익모델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은 객관적 기술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중소·벤처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양적 팽창보다 실증된 사업모델과 시장 진입 전략이 명확한 기업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 돈이 기술로, 기술이 시장으로, 시장이 다시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복원해야 한다.

셋째, 제도·인프라·인재의 동시 정비가 필수다. AI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인공지능 전문대학원 설립, 산학협력 확대, 기업 내 AI 교육의 의무화를 통해 인재와 제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윤리·보안·데이터 관리의 법적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투자자 교육과 리스크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AI’라는 이름만으로 주가를 좇는 행태는 위험하다. 정부와 증권업계는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테마주 과열에 대한 경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섯째, 기술혁신과 국가전략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AI를 단기 경기부양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산업·교육·금융·노동정책을 아우르는 통합적 국가전략 아래 기술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구조개혁 없는 기술혁신은 허상”이라는 경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균형이 답, 속도보다 방향이다

AI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물결이다. 그러나 거품을 피하려면 속도보다 균형이 중요하다. 기술의 발전이 시장의 신뢰로 이어지려면 ‘기대’가 아니라 ‘실질’에 기반한 성장이 필요하다.

진정한 경쟁력은 더 빠른 알고리즘도, 더 큰 데이터도 아니다. 그것은 균형감각이다. 혁신의 파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경제, 기술의 열기 속에서도 냉정을 유지하는 사회 - 그 균형이야말로 한국경제가 거품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유일한 해답이다.

필자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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