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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으론 못 막는 ‘자영업 폐업', 청년 떠난 자리엔 노후생계만
쿠폰으론 못 막는 ‘자영업 폐업', 청년 떠난 자리엔 노후생계만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01.2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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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탈출’ 60대는 ‘유입’, 혁신 사라지고 최후 보루 전락...정부의 대책은 '돈 풀기'식 지원에서 벗어나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이자 서민 경제의 가늠자인 자영업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단순한 경기 침체의 신호를 넘어, 자영업 생태계의 '인구론적 붕괴'와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처방전을 내놓으며 '반짝' 경기를 부양하려 했으나, 자영업자 수는 5년 만에 최대 폭인 3만 8천 명이나 급감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타격이 우리 사회의 미래인 2030 청년층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소비쿠폰 정책은 고사 직전의 내수 시장에 수혈된 긴급 자금이었다. 하지만 통계는 냉정하게 말한다. 일시적인 소비 진작책은 고금리, 고물가, 인건비 상승이라는 '3중고(高)'의 파고를 넘기에 턱없이 낮았다. 자영업자 수가 2년 연속 감소하며 562만 명까지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이제 자영업이 '버티면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버틸수록 손해 보는 늪'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부양책이 '반짝 효과'에 그친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 자영업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수요 부족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인한 인력 유출, 배달 앱 수수료와 임대료 등 고정비의 기하급수적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가계 부채에 억눌린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 저하가 본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던져진 소비쿠폰은 암 환자에게 처방된 진통제와 같다. 통증을 잠시 잊게 할 순 있지만, 암세포처럼 퍼져나가는 폐업의 공포를 도려내지는 못했다.

특히 자영업 감소 폭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때보다 지금의 '조용한 불황'이 소상공인들에게는 더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보상금이나 지원금으로 연명하던 시기가 지나고, 이제는 시장의 냉혹한 구조조정 칼날이 자영업자들의 목끝에 닿아 있다.

'청년 창업'의 몰락, 미래 동력이 꺼져가는 소리

이번 통계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2030 세대의 이탈이다. 15~29세 청년 자영업자는 3년째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해에만 3만 3천 명이 줄어들었다. 30대 역시 마찬가지다. 청년들이 자영업 현장을 떠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한 세대의 실패를 넘어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끊어졌음을 의미한다.

과거 청년 창업은 취업난의 '대안'이자 '혁신의 기회'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은 자영업을 '가장 먼저 탈출해야 할 난파선'으로 인식하고 있다. 청년들의 관심 업종은 전통적인 외식업에서 디지털·온라인 플랫폼 기반 사업으로 급격히 이동했다. 전자상거래, 미디어 콘텐츠 창작 등은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그만큼 레드오션이며 유행의 주기가 극단적으로 짧다.

자본력과 경영 노하우가 부족한 청년들이 '유행'이라는 파도를 타고 시장에 진입했다가, 경기 변동이라는 암초를 만나면 즉시 난파되는 구조다. 특히 청년층이 주로 포진했던 숙박·음식점업과 운수창고업(배달라이더 등)에서의 감소는 내수 경기의 최전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들이 꿈을 꾸어야 할 창업 시장이 '빚더미'와 '신용불량'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전락한다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은 영원히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반면 60세 이상 자영업자가 10년 연속 증가하며 216만 명을 넘어섰다는 사실은 우리 자영업 구조의 기형성을 보여준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떠밀리듯 창업하는 노년층과, 희망을 잃고 떠나는 청년층. 이 극명한 대비는 자영업이 '혁신의 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노후 대책의 유일한 창구'로 변질되었음을 증명한다.

'자영업 다이어트'의 역설, 이제는 질적 전환을 고민할 때

자영업자 수의 감소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잉 경쟁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인구 대비 너무 많은 자영업 비중을 줄이는 '자발적 다이어트'라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의 감소는 건강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극심한 영양실조로 인한 '근손실'에 가깝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과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쏠림 현상은 오프라인 지역 경제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하고 있다.

이제 정부의 대책은 '돈 풀기'식 지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소비를 유도하는 쿠폰 지급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고정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적 수수료 체계에 대한 손질, 임대료 분담 모델 개발, 그리고 무엇보다 실패한 청년 사업가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패자부활전' 시스템의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들이 몰리는 디지털 기반 업종에 대해서는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이 병행되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리스크 관리 능력이 생존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터지면 결국 심장도 멈춘다. 5년 만의 최대 폭 감소라는 경고등이 켜진 지금, 우리는 단순히 '경기가 안 좋다'는 탄식을 넘어 자영업이라는 오래된 가옥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청년들이 다시 현장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자영업의 미래는 60대 이상의 '노인 자영업'만 남은 쓸쓸한 풍경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권의종 (iamej5196@naver.com)
- 주필 겸 금융소비자연구원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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