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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아킬레스건](12) 건강보험 재정 위기 : 노인의료비 급증과 시스템의 한계
[韓경제 아킬레스건](12) 건강보험 재정 위기 : 노인의료비 급증과 시스템의 한계
  • 권의종 주필
  • 승인 2026.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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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구조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거시적 위험 요인

-권의종(경영학 박사·경제·금융 칼럼니스트)/이왕로(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초고령화가 부른 의료비 폭증과 적자 구조의 고착화

[권의종-이왕로 박사] 대한민국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안전망으로 평가받아 왔으나, 저출생과 초고령화라는 인구학적 파도 앞에서 붕괴 위험에 직면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노인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절반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만성 질환을 다수 보유한 고령층의 의료 이용 빈도는 청장년층에 비해 월등히 높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주된 원인으로 작동한다.

반면 의료비를 떠받쳐야 할 현역 생산연령인구는 저출생의 영향으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보험료를 납부할 사람은 적어지는데, 혜택을 누릴 고령 수혜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지 불균형은 구조적 적자를 고착화한다. 쌓아둔 적립금이 수년 내에 소진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는 국민건강보험이 시한부 상태에 들어섰음을 경고한다. 보장성을 대폭 확대한 지난 정책들의 여파와 맞물려, 아무리 세금을 쏟아부어도 의료비 증가 속도를 추적하기 힘든 재정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이러한 적자 구조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거시적 위험 요인이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폭증을 방치한다면, 건강보험 재정 메우기에 국가 재정이 대거 투입되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R&D나 교육, 인프라 투자 예산이 고사하는 비극을 부른다. 세대 간 수혜와 부담의 불균형이 극에 달하면서 공적 보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청년 세대의 과도한 부담과 세대 간 갈등의 표면화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한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직장인과 청년 세대의 처분가능소득을 직접적으로 갉아먹는다.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각종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는 청년층에게 추가적인 보험료 인상은 가혹한 경제적 체감 압박으로 다가온다.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고령층의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보험료를 지속해서 올린다면, 미래 세대는 자신이 버는 소득의 상당 부분을 노년층 부양에 바쳐야 하는 소득 수탈 구조에 내몰리게 된다.

이 같은 부담의 불균형은 세대 간 갈등을 비등점으로 몰아넣는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는 건강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거나, 과도한 보험료 부담으로 삶이 파탄 날 것"이라는 불신과 패배의식이 깊게 형성된다. 실제로 의료 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층의 과도한 쇼핑식 진료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 등 도덕적 해이 사례가 부각될 때마다, 현역 세대의 불만은 공적 의료보험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분출된다.

세대 간 상호 연대라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이 인구 구조의 역전으로 인해 깨어질 위기에 놓였다. 청년층의 실질 소득 감소는 소비 위축과 주거 불안으로 이어져 출산을 더욱 기피하게 만드는 또 다른 악순환을 형성한다. 건강보험료 부담의 폭증은 단지 개인의 호주머니 사정을 넘어, 청년 세대의 사회적 이탈과 세대 간 대립을 격화시키는 치명적인 사회적 아킬레스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불제도 개편과 의료 전달 체계의 근본적 수술

건강보험 시스템의 완전한 파탄을 막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식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성 축소를 넘어, 의료 공급 및 지불 체계 전체를 뒤엎는 대수술이 단행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올라야 할 것은 행위 하나당 수가를 지불하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수익을 거두게 만드는 구조여서, 의료 이용의 과도한 오남용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이를 가치 기반 지불제도나 포괄수가제, 위험 분담형 포괄 제도로 대대적으로 전환하여 과잉 진료를 제도적으로 억제해야 한다.

동시에 파편화된 의료 전달 체계를 엄격하게 재정립해야 한다. 감기나 가벼운 질환으로도 수도권 대형 종합병원을 찾을 수 있는 구조를 제한하고, 1차 의료기관이 지역 내에서 만성 질환 예방과 관리를 전담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치료 중심에서 '예방 및 건강 관리 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함으로써 고령층의 중증 질환 진입을 미리 막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사전 차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울러 고령층의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유발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의 기능 중복을 정비하고, 돌봄과 의료를 하나로 묶는 통합 돌봄 시스템을 완성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피할 수 없는 인구 구조의 과제이지만, 시스템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거부한다면 대한민국 공적 의료의 미래는 고갈과 함께 완벽한 시스템 붕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왼쪽)-이왕로(오른쪽) 박사

권의종| 경영학박사 · 경제 경영 칼럼니스트

신용보증기금 전무이사, 신보에이드 대표이사, 호원대학교 교수 역임

현재 (사)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와 《금융소비자뉴스》 주필

이왕로| 이학박사 · 에너지 및 교육 정책 전문가

미국 워싱턴대학교와 조지아공과대학교 방문학자로 활동

전북대학교 교수로 30년간 재직. 물리화학, 재료과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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