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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노동의 종말’인가 ‘생각의 종말’인가
AI시대, ‘노동의 종말’인가 ‘생각의 종말’인가
  • 윤영호
  • 승인 2026.10.0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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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각하는 일’에까지 들어와...AI가 답을 내놓았을 때 “왜?”라고 다시 물을 수 있어야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했는가”로 가야...국어 지식을 넘어 읽기·쓰기·요약·비판적 사고 교육 강화해야

[윤영호 칼럼] OECD가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분석에 따르면, 읽어야 할 글이나 과제 초안을 매일 AI에 맡기는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학 기준)이 직접 글을 읽고 쓰는 학생들보다 확연히 낮게 조사되었다.

AI에 글 요약을 자주 시키는 학생 군은 직접 읽는 학생 군에 비해 평균 점수가 약 27점가량 낮았으며, 이는 약 1.5년 치의 학습 격차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는 것, 단순 편의를 위해 AI에 의존하는 행위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과 딥 리딩(Deep Reading) 능력을 약화시켜 전반적인 이해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MIT공대 연구진이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의 뇌파 변화를 측정한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다. AI가 인지적 부담을 덜어주는 과정에서 글쓰기 및 문제 해결에 필요한 두뇌 영역 활동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편리함이 인지 능력, 장기 기억력, 비판적 사고력의 동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심지어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글쓰기 과제를 제출하도록 한 실험 조사 결과, 다수 학생들이 AI가 생성한 환각정보를 가려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제출물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도 이어졌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힘

마침내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생각하는 일’에까지 들어왔다. 정보를 얻는 비용은 사상 최저로 떨어졌는데, 정보를 통전적으로 이해(Holistic Understanding)하는 사람은 오히려 귀해지고 있다는 역설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인간에게 남은 경쟁력은 다른 곳에 있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 맥락을 읽는 능력, 틀린 것을 의심하는 능력,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AI가 답을 내놓았을 때 “왜?”라고 다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AI가 숫자를 제시하면 그 숫자의 출처와 조건을 따져야 한다. 그럴듯한 문장이 나오면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AI의 문장을 자신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것이 문해력이다.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 사람의 말에 속는다. 숫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경제의 허상을 믿는다.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정치적 선동에 휘둘린다. AI의 답을 검증하지 못하면 기계가 만들어낸 오류를 자신의 지식으로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역설적으로 ‘숨겨진 맥락과 진실을 읽는 인간’이 능력자가 된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지식보다 ‘체’가 중요하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걸러내는 ‘체’ 말이다. 그 체가 바로 문해력이다. 아쉽지만 우리의 교육은 아직 AI 이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과 평가 시스템이 이 거대한 변화에 뒷북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바뀌어야 될 평가방식

지금까지 학교는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평가했다. 학생은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고 답을 제출했다. 대학과 기업 역시 결과물을 중심으로 사람을 평가했다. 그러나 AI가 결과물을 대신 만들어주는 시대가 됐다.

보고서도, 발표자료도, 자기소개서도, 논문의 초안도 AI가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완성된 결과물만 가지고 인간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점점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무엇을 만들었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했는가”로 가야 한다. 어떤 문제를 발견했는가. 왜 그 문제를 중요하다고 판단했는가. 어떤 질문을 AI에 던졌는가. AI의 답을 어떻게 검증했는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채택했는가. 최종적으로 어떤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는가. 결과물보다 생각의 발자국을 평가해야 한다.

AI로봇과 체스,바둑을 두는 중국 어린이들<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AI 시대 교육의 핵심은 ‘AI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되 인간의 사고 과정을 사라지게 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에게 AI를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계산기가 나왔음에도 주판을 붙잡고 있으라는 것과 같다. 그러나 AI가 만든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게 하는 것 역시 생각하는 능력을 포기하는 일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문해력의 토대인 집중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일상을 점령하고 있다. 몇 초마다 새로운 화면이 등장하고, 손가락 하나로 다음 자극으로 이동한다.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정보가 밀려온다.

생각할 시간과 의지를 빼앗는 숏폼시대

그러나 생각은 숏폼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을 읽으려면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한 문장을 이해하려면 앞뒤 문맥을 살펴야 한다. 하나의 사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오랫동안 생각해야 한다.

깊은 생각은 대개 지루함이라는 터널을 통과한 뒤에 나타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 터널을 견디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많이 보지만 깊이 읽지 않는다. 많이 접하지만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수많은 정보를 소비하지만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독서량의 문제가 아니다. 범 국민적 사고 능력역량이 약해지는 문제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장경제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판단 능력을 필요로 한다. 국가 경쟁력은 결국 국민의 문제 해결 능력에 달려 있다. 문해력의 붕괴는 조용히 진행되는 국가 경쟁력의 붕괴다. 이제 국가가 ‘문해력’을 국가전략으로 다뤄야 할 시대가 되었다.

AI 시대를 준비하면서 정부는 GPU와 데이터센터, 반도체와 전력망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최종 주체는 인간이다. 국가 차원의 문해력 진흥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한 국어 지식을 넘어 읽기·쓰기·요약·비판적 사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뉴스의 제목과 본문이 일치하는지, 통계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됐는지,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AI가 문장을 흔하게 만들수록 자기 언어는 희소해져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삶의 목적까지 정해줄 수는 없다. AI는 수천 개의 길을 보여줄 수 있지만 어느 길을 걸을 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AI 시대의 교육은 인간을 AI처럼 만드는 교육이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어야 한다.

많이 기억하는 사람보다 깊이 이해하는 사람, 빨리 답하는 사람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 남의 문장을 잘 복사하는 사람보다 자기 언어로 세상을 설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문명의 전환기마다 새로운 도구를 가진 사람보다 그 도구가 바꾸는 세상의 본질을 먼저 알아본 사람이 앞서갔다. AI 시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AI가 지식의 가격을 떨어뜨릴수록 인간의 생각은 더 비싸진다. AI가 문장을 흔하게 만들수록 자기 언어는 희소해진다. AI가 답을 넘쳐나게 할수록 좋은 질문 하나의 값어치는 커진다. 마치 세상을 뒤덮는 홍수속에 ‘먹을 물’이 귀한 것과 같다.

GPU는 수입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는 지을 수 있으며, AI 모델은 사올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는 국민은 수입할 수 없다. 그것은 학교에서 길러지고, 가정에서 습관이 되며, 사회의 문화 속에서 축적된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한 문장을 오래 생각하며, 마침내 자기 언어로 세상을 말할 수 있는 인간, 그 인간을 얼마나 많이 길러내느냐 하는 것이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문해력이다.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왔다. 문해력을 키우는 절호의 기회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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