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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대학, 이제 '실패할 자유'를 가르쳐라
AI 시대의 대학, 이제 '실패할 자유'를 가르쳐라
  • 윤영호
  • 승인 2026.11.0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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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패를 피하는 법은 알 수 있어도 실패를 극복하는 법은 알기 어려워

[윤영호 칼럼] AI가 신입사원의 기초 업무(Entry Level)를 대체함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초급 인력 채용을 멈추거나 줄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몇 년후 실무 경험이라는 사다리를 거둬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현장에서 비벼지고 터지며 실패해 본 1~2년 차의 서사(Story)와 경험이 없는 인재가 어떻게 10년 뒤 AI 에이전트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결과물을 정교하게 ‘검수(Review)’하고 판정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학교에서도 정답만 답하도록 훈련받은 인재들이 현장에 나가 실패를 두려워하며 AI가 던져주는 답을 비판 없이 복사해 쓰는 ‘AI 종속형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기업에 미래를 위해 당장의 생산성을 희생하고 신입사원을 무조건 채용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문제는 기업의 선의가 아니라 인재를 길러내는 사회 시스템의 부재다. 기업이 거둔 실무 경험의 사다리를 대학이 대신 놓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답만 평가하는 대학, 실패를 두려워하는 인재만 만들어

AI 시대에 인간의 경쟁력은 단순히 계산하고 작성하는 능력에 있지 않다. AI가 내놓은 그럴듯한 답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비판적 사고, 무엇을 할지 뿐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판단력, 그리고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정하는 리더십에 있다.

AI는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그 목표가 옳은지, 당장의 효율을 위해 무엇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지, 수많은 대안 가운데 어떤 선택이 공동체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과 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낯선 분야에 도전했다가 학점을 잃거나 취업에 불리해질까 봐 융합 프로젝트나 어려운 과목을 피하려 할 것이다. 도전보다 안전한 선택이 유리한 구조에서 누가 모험을 하겠는가. 실패가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이력서의 흠집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청년에게 창의성과 기업가정신을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학 안에 실패해도 괜찮은 실전 기업을 만들자

이제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고 시험으로 서열을 매기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과 고객을 만나고, AI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며, 실패의 원인까지 분석하는 실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에 정규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가상의 회사가 아닌, 실제 사업 활동에 준하는 ‘학내 실전 기업(Ed-Corp)’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단순한 창업 동아리나 일회성 공모전과는 다르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해 사업을 기획하고,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AI 에이전트에 업무를 배분하며, 결과를 검증하고, 손익과 실패까지 경험하는 상시적인 교육 플랫폼이다. 법률·회계·안전 문제는 대학의 관리와 감독 아래 다루되, 교육의 핵심은 실제 현장의 불확실성을 경험하게 하는 데 있다.

AI가 바꾸는 노동시장. 아마존 웹서비스(AWS) (로이터=연합뉴스)

첫째, AI를 사용하는 능력에서 AI를 지휘하고 검증하는 능력으로 교육의 중심을 옮기자

학생들은 AI 에이전트에 기획·마케팅·코딩·회계 등 다양한 업무를 맡기고, 각각의 결과물을 통합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AI가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거나 서로 모순되는 결과를 내놓으면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검증할지,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 어떻게 복구할지도 배운다.

이른바 ‘하네스(Harness)’ 역량, 즉 여러 AI 도구와 에이전트를 목표에 맞게 연결하고 통제하는 능력이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받아 적는 사람이 아니라, 작업의 구조를 설계하고 품질과 책임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실습이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교육이 돼야 한다.

둘째, 실패를 감점의 근거가 아니라 학습의 자료로 평가하자

학내 실전 기업에서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의 외면을 받거나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해서 학생에게 곧바로 낙제점을 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실패 자체를 무조건 미화하자는 뜻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과정과 원인을 얼마나 정확하게 분석했느냐다.

어떤 가설을 세웠는가.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는가. AI가 내놓은 결과를 제대로 검증했는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을 수정했는가. 학생이 이런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하고, 실패를 통해 다음 실행 계획을 개선했다면 그 과정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성공은 운과 환경의 도움으로도 가능하지만, 실패를 분석하고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대학은 실패를 무조건 용인하는 곳이 아니라, 실패의 대가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도전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이것이 교육이 보장해야 할 ‘안전한 실패’다.

셋째, 인문학의 질문을 기술로 구현하는 융합 교육을 강화하자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인간과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묻는다. 기술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대학은 이 둘을 별개의 영역에 가둬둘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결합해야 한다.

예컨대 고령자의 고립, 지역 소멸, 청년의 주거 불안 같은 문제를 발견했다면 학생들은 그 원인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실제 서비스나 해결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다. 기술을 위해 문제를 억지로 찾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기술의 시종이 아니라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체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대학만의 책임이 아니다. 대학은 산업계와 협력해 실제 프로젝트와 현장 데이터를 교육에 활용하고, 정부는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실전형 교육에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패할 자유란 무책임하게 행동할 권리가 아니다

교육용 실전 기업의 성과도 창업 건수나 매출액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어떤 역량을 습득했고,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경험이 실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졌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실패할 자유란 무책임하게 행동할 권리가 아니다. 충분히 도전하고, 결과를 책임지고, 잘못을 수정하며 다시 일어설 기회다. 실패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패를 피하는 법은 알 수 있어도 실패를 극복하는 법은 알기 어렵다.

AI가 정답을 쏟아내는 시대에 인간의 지혜는 정답의 개수가 아니라 판단의 깊이에서 나온다. 청년에게 실패할 자유를 주는 것, 그것이 AI 시대 대학의 책무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윤영호<yhy321321@gmail.com>

(사)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더뉴스24 주필

전 HCN지속협 대표회장

전 ㈜ 한림MS 기획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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