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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접근권의 재발견] (1) 사라져가는 은행 점포
[금융 접근권의 재발견] (1) 사라져가는 은행 점포
  • 나병문
  • 승인 2026.10.2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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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지금은 은행 점포를 찾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대다. 예금과 대출, 송금과 결제는 물론 자산관리까지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 은행 창구에서 처리하던 업무가 고객의 손안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 같은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은행 점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점포를 직접 찾는 고객이 줄면서 은행마다 영업망을 재편해 왔고, 그 과정에서 상당수 점포가 통폐합되었다.

그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 은행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점포를 운영하려면 인건비와 임차료를 비롯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고객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고 창구 이용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거의 영업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금융의 발전은 은행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소비자에게도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 상황에서 점포 재편은 상당 부분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모든 금융소비자가 이러한 변화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금융에 익숙한 사람은 은행 점포가 없어도 별다른 불편이 없다. 반면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거나 대면 상담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사정이 다르다. 특히 디지털 금융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과 장애인,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주민들에게 점포 폐쇄는 금융서비스 이용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은행 점포는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다. 고객이 자신의 금융 문제를 상담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으며, 적절한 해결 방법을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점포 축소 문제는 영업망 조정이라는 경영상의 필요성으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누구나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금융 접근권의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라지는 은행 점포, 달라지는 금융

은행 점포가 얼마나 줄어드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는가이다. 대도시의 점포 두 개를 통합하는 것과 지방에 하나밖에 없는 점포를 폐쇄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이동 거리와 교통 여건, 고객의 연령대와 금융거래 방식에 따라 영향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점포 폐쇄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 방문 고객 수나 영업 실적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해당 점포가 지역 주민의 금융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야 한다.

금융서비스는 일반적인 상품 거래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단순한 입출금이나 송금은 자동화기기와 모바일뱅킹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 조건을 변경하거나 복잡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고, 상속이나 금융사기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문가의 설명과 도움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가 모든 내용을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융이 발전했다고 전문가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필요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에 점포를 줄이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다. 금융회사의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 또한 금융서비스의 질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비대면 거래 확대에 따라 인력과 영업망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은 경영상의 당연한 행보다. 그렇지만 비용 절감만을 앞세워 점포를 없애고, 그에 따른 불편을 금융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의 효율성은 고객의 편익과 함께 평가되어야 한다.

여기서 금융 접근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은행 거래 계좌가 있고 모바일 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누구나 금융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선택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금융거래의 수단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그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금융 접근권을 다시 생각한다

금융당국도 은행 점포 축소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올해 들어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하고, 폐쇄에 따른 영향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하고 있다. 인근 점포와의 통합도 원칙적으로 사전영향평가 대상에 포함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과 대체 수단의 적정성을 살피도록 한 것이다. 점포 폐쇄 여부를 은행 내부의 경영 판단에만 맡기지 않고 금융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절차 강화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점포를 폐쇄하기 전에 영향을 평가한다고 고객의 불편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폐쇄 이후에도 종전의 금융서비스를 얼마나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공동점포, 이동 점포, 우체국 등과의 업무 제휴, 디지털 점포와 같은 대체 수단을 고객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은행의 책임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은행은 일반 기업과 달리 국민의 예금을 바탕으로 금융중개 기능을 수행하며,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역할에는 수익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공적 성격이 따른다. 그렇다고 은행에 무조건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접근성을 유지하도록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은행은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면서도 금융소비자의 기본적인 이용 편의를 지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은행 점포의 모습과 역할도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이 지켜야 할 기본 가치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 점포를 줄인다고 금융에 접근할 기회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 다음 글에서는 은행이 떠난 자리에서 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의 금융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스토아 아카이브 대표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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