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마이너스 통장 등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줄인다. 지난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별 차주까지 확대 적용 등 강력한 관리대책에도 여전히 급증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하고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한도를 대출자의 연소득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신용대출의 한도는 연소득의 2배 수준인데, 투자 수요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 억제를 강하게 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15조2천억원 늘어,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에서만 9조7천억원이 늘었다.
여기에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청약을 위한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만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이 7조7000억원(은행권 4조4000억원)이 폭증했다. 다음달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공모주 ‘대어’가 대기하고 있다.
금감원이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주문한 이유는 최근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차주들의 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개인별 DSR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전 규제 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집을 사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원리금 상환 합계액이 연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다.
이에 따라 1억원 미만 신용대출자에게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게 됐고 이들의 신용대출이 늘어났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목표는 연 5~6%인데 올 상반기에만 연 8~9% 올라 이를 맞추기 위해선 올 하반기엔 3~4%대로 관리돼야 한다”며 “가계부채를 더 엄격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