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는 소득기준을 완화한다. 연봉 1억원 이상인 신혼부부도 청약자격을 부여해 젊은층 달래기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배정 물량은 그대로인데 문턱만 낮추는 꼴로 경쟁률만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이 많은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도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특공 소득 기준을 확대한 게 핵심이다. 공공·민영 분양주택 모두 신혼 특공 물량의 70%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맞벌이 120%) 기준을 유지하되, 나머지 30% 물량은 소득 기준을 20~30%포인트 완화한다.
이렇게 되면 특공 물량의 30%에 대해선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최대 160%(맞벌이)까지 신청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세전 소득으로 3인 이하 가족 기준으로 140%는 월 788만원, 160%는 월 889만원 수준이다.
연봉 1억668만원을 받는 맞벌이 3인 가구도 민영주택 신혼 특공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무주택 신혼가구 10가구 중 9가구가 신혼 특공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생애최초 특공도 소득 요건을 완화했다. 홍 부총리는 “특공 물량 중 70%는 현행 기준(공공 100%, 민영 130%)을 유지하되 나머지 30%에 대해서는 소득기준을 30%포인트 수준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 공급물량 자체를 늘린 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계층에 청약 기회만 열어준 것이라는 점에서 청약 경쟁 심화, 역차별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물주택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규제로 가뜩이나 서울은 신규 분양이 끊겨 특공 물량도 찾기 힘든데, 공급확대는 없는 채 특공 대상만 늘려 경쟁을 치열하게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 내 신혼부부 특공 경쟁률은 대부분 세자릿수를 넘고 있다. 지난 8월 분양한 수색증산뉴타운 'DMC센트럴자이'를 보면 총 신혼부부 특공 90가구 모집에 1만160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112.9대 1을 기록했다.
직방 관계자는 “정부가 30대의 '패닉바잉'을 막기 위해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공의 소득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인해 단지별로 청약 대기자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형별 특공 조건을 따져보고 자신이 해당하는 단지에 전략적으로 청약을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약 전략을 맞춤형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7년 이내에 자녀가 있는 가정은 자산기준을 따져 공공·민영 신혼부부 특공이냐, 신혼희망타운이냐를 선택하면 된다, 결혼 후 7년이 지난 사람은 생애최초 특공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