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계식 칼럼] 나는 문재인 정권이 국정 운영을 잘못한다고 생각하여 왔다. 이대로 가면 나라는 결딴나고 국민은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되리라 걱정되어 내 딴에는 순수한 애국심에서 정권을 비판하는 활동을 다방면으로 벌여 왔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애국단체도 조직하였고, 여러 해 동안 문 정권을 비판하는 수없이 많은 가두집회와 시위에도 참여하였다. 적어도 국민의 반 이상은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4.15 총선에서 우파는 참패하였다.
총선이 끝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시점에 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은 71%라고 한다(조선일보 5월 9일자 A6면). 역대 대통령 취임 3년 시점에서 최고의 지지율이라고 하며,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가 ‘코로나 대처’라고 한다. 처음에는 잘못된 여론조사로 치부하려 하였다. 그러나 꽤 권위 있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라니 답답한 마음을 누르고 냉정해지기로 하였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여러 일간 신문의 여론조사 발표를 보면서 조작된 것이라며 믿지 않고 언론기관을 성토하기도 하였으나, 지나고 보면 사소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그대로 되었다. 이제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도 몇 남지 않았는데 그중의 대표 언론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그냥 무시해 버릴 것은 아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문 정권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29%다. 그중 ‘모르겠다’와 무응답자가 10%쯤 되므로 반문(反文)층은 19% 정도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다시 말해 노년층을 제외하면 국민 대부분이 문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지난 여러 해 동안의 내 활동은 의미 없는 것이란 말인가!
요즈음 나 자신 심히 혼란스럽다. 어찌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총선 결과를 분석해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의 주류 세대와 국민 정서에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주로 노년층인 ‘산업화 세대’는 이제 거의 지나가고 있다. 오늘날 사회의 주도 세력은 이른바 ‘민주화(운동권) 세대’이지만 이들도 지나갈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조국 부부와 윤미향 같은 부류가 이들의 퇴장을 더욱 재촉할 게 분명하다. 이제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세대가 밀려오고 있다. 이 젊은 세대를 나는 ‘실용화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이 젊은 세대가 머지않아 우리나라 사회 전반의 주류가 될 것이다.
젊은 세대의 대부분은 기존 보수 야당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있지 않지만 문 정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조국 사태 때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반발이 가장 컸던 세대이고, 문 정권의 스토커식 대북(對北) 짝사랑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에 대한 비호감도가 무려 91%라고 하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66%나 된다고 한다(조선일보 5월 8일자 A33면,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이들이 올바른 국가관, 역사관, 도덕성을 갖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되도록 기성세대도 노력해야겠다. 특히 자유, 평등, 민주, 공정, 포용,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중심가치로서의 진정한 ‘도덕성’을 마음에 품고 인지함으로써 현 정권의 총체적인 부정의, 불공정, 파렴치한 ‘내로남불’ 도덕성을 규탄하고 올바른 국가사회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되도록 적극 돕고자 한다. 선거에서 졌다고 기죽을 것 없다. 다수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아르헨티나, 그리스, 베네수엘라 등의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이런 때일수록 사명감을 갖고 젊은 세대가 균형 잡힌 역사관과 이념을 함양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 젊은 세대가 사회 전반의 주류가 될 때쯤엔 나라 사정이 지금과 다르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서 어느 늙은이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민계식 ( minksdr@gmail.com )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석좌교수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자상 수상자협의회 부회장
(전) 국제 선박해양 연구협회 부회장
(전) 현대중공업 사장, 부회장, 회장
(전) 한국 로봇산업협회 회장, 한국 태양광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