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노영민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당당하고 투명하게 기업인들을 만나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주문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9일 브리핑을 하면서 소개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인사차 집무실을 찾은 노 실장에게 "정책실장뿐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노 실장에게 "과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고 각종 정책에 밝으니 역할을 많이 해달라"고 했다.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당부에 "시간이 지나도 이러이러한 산업 정책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것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최소한 2~3개 산업에 대해서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바이오 등 산업 동향을 설명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노 실장이 비서실장이 아니라 정책실장으로 온 것 같다고 평가한 참석자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그만 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후임자 노영민을 소개하면서 "각계 현장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보유했고 소통능력도 강점으로 갖췄다"며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노 실장에 대한 당부는 이례적이다. 경제를 총괄하는 정책실장이 아니라 비서실을 총괄하는 비서실장에 대한 주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노 실장에게 기업인을 만나라고 한 배경은 뭘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노 실장은 노동운동을 한 운동권 출신이지만 회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경제에 대한 이해와 식견이 상당하다.
그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제적된 뒤 1981년부터 1985년까지 서울, 오산, 청주 등에서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기공으로 일하다 전기공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이 때 전기기술자노조를 만들기도 했다. 1986년에는 전기공 경험을 살려 금강전기를 설립하면서 중소기업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 2013년 6월 자신의 전기 관련 경력을 소개하며 “국회의원이 되기 전까지는 '전깃밥' 외에는 먹어본 적이 없다. 100만 전기인의 애환을 잘 알고 있다. 전기는 완벽한 세계다. 전기를 다루면서 꼼수를 부리면 죽음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가와 기업가 양쪽을 경험해 노사 양쪽과 소통하고 경제정책 균형을 잡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하는 등 시장에 비교적 가까운 행보를 보여 ‘시장을 아는 운동권’으로 꼽혔을 정도다. 또 기업 규제 완화와 반도체 육성 등에 관심을 보여 2008년 '반도체의 날' 지정을 주도하기도 했다.
중국 대사 시절에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국 기업의 담합 조사를 완화할 것을 요청하는 등 기업친화적 행보도 보였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세운 반도체공장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노 실장이 경제현장 경험이 강점이라면 김수현 정책실장은 도시공학을 전공한 관료출신이다. 두 사람이 서로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보완해가며 시너지효과를 낼지 아니면 상호영역 침범 등 불협화음과 엇박자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