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성급한 대책으로 국내 ELW(주식워런트증권)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했는데도 이를 살리기 위한 노력조차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시장규모를 20분의 1로 급격하게 축소시켰고 해외 ELW 시장만 키우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시장원리에 반하는 직접적 가격규제인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출 제한' 제도를 시행했고 이로 인해 국내 ELW 시장은 급격히 축소됐다.
호가 제출 제한이란 시장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가 15%를 넘어설 때만 LP들이 호가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LP가 제시한 호가가 시장에 나오지 못하다 보니 ELW 투자자들이 매수·매도 주문을 내더라도 이를 받아줄 상대방이 없고 따라서 거래가 원활하게 체결되지 않는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초강력 직접 가격규제로 인해 국내 ELW 시장은 고사 직전에 내몰렸다. 오히려 초단타매매(스캘퍼)와 사설 LP가 시세를 조종할 개연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2010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약 1.6조원으로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던 국내 ELW 시장은 지난달 890억원으로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하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노무라증권이 한국물 ELW 상품을 홍콩 증시 사장을 통해 국내 투자자 유치에 나서기로 하면서 홍콩 ELW 시장만 키워준 꼴이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과도한 투자자손실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시장적 규제를 내놨고 이로 인해 위험 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은 옵션, 테마주 등 투기 성향이 더욱 강한 시장이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성급하게 대책을 추진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인식하면서도 시장을 살리기 위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너무 급하게 호가 규제라는 대책을 추진하다보니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내놨다"며 "직접적인 가격규제보다는 간접적인 규제를 통해 시장 건전화를 고민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간접적 시장규제나 규제완화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도 "ELW시장 규제는 과도한 투자자 손실을 막기 위한 것이고 ELW 거래 70~80%가 스캘퍼에 의해 이뤄졌다"며 "국내 시장규모 감소와 해외시장으로의 이탈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