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 일부 손해보험사들이 모집인들에게 '취급자(모집인) 등급제'를 운영하며 사고율이 높은 고객을 유치한 경우 모집활동시 불이익을 주고 있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모집인을 보험 가입후 사고 발생 비율을 나타내는 사고율을 기준으로 성적을 매겨 '우량, 보통, 불량'으로 나눈 뒤 아예 인수(청약승인)범위를 차별되게 정해 모집인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중후반부터 삼성화재에서 도입한 '취급자 등급제'는 모집인이 일을 더 할 수 있음에도 사고율이 높은 고객을 유치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줘 모집인들의 반발을 샀다.
이후 메리츠화재가 2009년경 이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 롯데손해보험 등이 도입을 검토중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 이후 이 제도가 업계 전체에 도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취급자 등급제란 가령 '보통'등급의 모집인은 3000만원까지 설계를 할 수 있는데, '불량'등급의 모집인은 1000만원까지 밖에 설계를 할 수 없도록 등급을 나누는 것이다.
이같은 제도는 질병∙상해 등 장기보험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문제는 상해사고의 경우 고객이 고의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를 수 있지만 질병이나 사망은 고객이 의도적으로 행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모럴헤저드 개입 여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의 본질적 목적은 이같은 사고를 보장해 주기 위함"이라며 "그럼에도 고객에게 모집인의 등급이 낮게 분류됐다고 해서 제대로 된 보장을 설계치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우대RC(Risk Consultant)제도를 운영하며 실적, 유지율, 정착율, 손해율 등을 평가해 우수한 모집인을 우대해 주는 제도는 있다"면서 "등급제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취급자 등급제'와는 다른 제도로 우수 모집인에 대해 메리트를 줘 인수심사를 엄격하게 하지 않고 받아 주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회에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면서도 "만약 그게 있다면 회사가 판단할 사안이다. 회사가 자체 인수기준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악덕 제도'로 모집인들은 영업력이 위축되고 고객들은 제대로 된 설계를 받을 수 없는 데도 팔짱만 끼고 있는 금융당국의 태도로 최상위 포식자만 활개를 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