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다올투자증권의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주주제안한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모두 부결됐다. SK증권 등이 다올투자증권 백기사로 나선 가운데 캐스팅보트였던 소액주주들이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15일 서울 여의도동 이룸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최대 주주인 이병철 회장과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표 대결'로 맞붙었다.
이날 2대 주주인 김 대표 측 안건 12개가 상정됐지만 전부 부결됐다. 김 대표가 제안했던 안건 중 핵심이었던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은 찬성 주식 수 1220만7551주(26.6%)를 얻는 데 그쳤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상법과 정관에서 정한 사항 외에 안건을 발의하고 의결할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주주제안 안건이 주주총회에서 통과하더라도 회사나 경영진에게 구속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 외 상법 제361조에 따라 안건 부결로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 등 두 안건도 자동 폐기됐다.
아울러 김 대표 측이 사외이사로 추천한 강형구 교수 선임 역시 절반 이상의 표를 얻지 못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안대로 이혁 이사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엔 이상무 이사가 재선임됐다.
이번 정기주총 결과는 다올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에서 이 회장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3월 기준 이 회장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25.20%를, 김 대표는 14.34%를 보유한 가운데 41.72%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이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SK증권(4.7%), 케이프투자증권(4.7%), 중원미디어(4.8%) 등이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사들였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 측에 의결권을 위임해 사실상 ‘백기사’ 역할을 했다.
지난해 5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로 다올투자증권 주식이 급락하자 김 대표는 이를 집중 매수해 지분 11.50%를 획득하며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9월 김 대표가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며 이 회장과 김 대포 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김 대표 측은 '다올 밸류업'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등을 개설하며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표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설득해 왔다. 다만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안건에 소액주주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총에서 김기수 대표 측 안건에 찬성하거나 다올투자증권 안건에 반대한 비율은 대부분 27~31% 수준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중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주가 상승 때문에 경영진을 공격하는 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찬성률이 높지 않았다는 것은 김 대표 측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