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 지역 수출품 중 중간재 비중이 월등히 높은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아세안 지역으로의 소비재 수출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경제전망보고서: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에서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대 아세안 5개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은 2010년 이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총수출에서 이들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였다. 개별국가 기준으로도 특히 베트남은 8.5%를 차지해 중국(19.7%), 미국(18.3%)에 이어 우리의 제 3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이들 국가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중간재라는 점이다. 지난해 이들 5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20% 이상인 점과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를 넘는 점 등이 대중 수출구조와 유사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간재에 쏠린 대아세안 수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최근 대중국 수출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수출이 한계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고 내수 중심으로 성장하며 대중 수출은 구조적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라며 "대아세안5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쓰고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동차와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또 구조적 측면에서도 아세안 5개국에 수출하려는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아세안5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다소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 기업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고위기술 중간재 우주, 항공, 전자부품, 컴퓨터 및 사무기기, 정보통신 등의 제품에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중국이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아세안5 지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확대하고, 미국의 무역규제를 피하려고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을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