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4:55 (일)
‘침묵의 파괴자’ 마약 퇴치 전담 기구 만들자
‘침묵의 파괴자’ 마약 퇴치 전담 기구 만들자
  • 나병문
  • 승인 2024.02.23 10:2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병문 칼럼] 지난해 말, 대중의 사랑을 받던 중년 남성 배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짓누르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돌연한 퇴장을 안타까워했다. 물론 연예인이 마약을 탐하다 나락에 빠진 사건이 처음은 아니다. 오래전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마초 가수 사건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잊을 만하면 등장하곤 했었다.

명문가 자녀나 재벌 2·3세들의 마약 관련 일탈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 때문에, 세상에 던지는 파문도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 사건이 뉴스가 될 때마다 반기업 정서의 기류가 형성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마약이 대중의 일상으로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마약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마약 사범 중 인터넷 사범이 불과 12.4%였지만, 2021년에는 24%로 2배가량 늘었다. SNS 등을 통하여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마약 소비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

빠른 국제화가 청소년 마약 열풍을 부추기는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초를 큰 경각심 없이 자유롭게 피우곤 하는데, 현지에서 이에 노출됐던 젊은이들이 입국한 후에도 대마초 등 마약을 찾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거래 흔적을 숨기는 등 음성적으로 거래한다고 한다.

마약과 전쟁 중인 지구촌

인류는 지금 마약과 전쟁 중이다. 그것은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신종 마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이 ‘침묵의 파괴자’를 막지 못한다면, 설사 다른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한다 해도 인류의 앞날은 그리 밝지 못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한 ‘정신의 영역’이 피폐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에는 거대한 마약 카르텔이 존재한다. 세계 곳곳에서 막강한 공급원과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이 결합하여 거대한 마약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동남아 지역은 마약 천국이다. 몇몇 거대 조직은 기업형 조직을 구축하여 운용한다. 그들은 마약을 생산하고 밀매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넘쳐나는 자금을 이용해 부패 권력과 결탁하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서슴없이 구사한다.

마약을 공급하는 조직의 전형적인 특성은 폐쇄성이다. 그래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의 야욕에 희생되는 사람들의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장사를 계속한다. 해당 정부가 아무리 ‘마약과의 전쟁’을 외쳐도 별 효과가 없다. 이처럼 마약 카르텔이 별 타격을 받지 않고 건재하는 현상을 뻔히 바라볼 수밖엔 없는 이유는 악의 소굴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마약의 종류는 늘어나고 판매 수법도 교묘해진다. 최근엔 식욕 억제나 비만 치료, 신경 안정제로 가장한 마약들이 판을 친다. 이런 약들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복용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쉽게 구할 수 있다. 그 결과 습관적으로 마약을 투약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의료용 마약류를 오남용하면 환각, 공황 증세 등을 겪게 되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전담 기구 설치해서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해야

마약 퇴치의 당위성이야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개인의 삶과 사회를 망치는 음험한 그림자가 우리 주위를 맘대로 휘젓고 다니도록 방치(放置)하면 엄청난 인적·경제적·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그 결과 국가 기반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마약과의 전쟁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보호하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그들이 심신을 건전하게 갈고닦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게 국가와 기성세대의 책무다. 그와 관련해서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청소년 마약 문제는 청소년의 미래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전문기관과 협력해 중독 학생에 대한 치료와 상담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마약 중독은 스스로 치료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 중독성이 심한 마약일수록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마약의 늪에 빠진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제대로 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김영호 前 한국중독전문가협회 회장은 "국내 마약 관련 업무 분담이 모호해 치료 기관도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 환경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그동안 마약 퇴치 업무는 여러 기관이 나눠서 맡아왔다. 때문에, 비효율적이란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제는 마약 퇴치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하다. 가칭 ‘마약단속청’ 설립은 어떤가? 이 기구는 미국의 마약단속국(DEA)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에 더해, 마약의 위험성에 관한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학교와 가정은 물론이고, 언론이나 사회기관이 나서서 활발하게 마약 퇴치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잃었던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되찾아와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