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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학교 '총체적 난국'...교육 투자에 인색하면 나라 미래 '캄캄'
대한민국 학교 '총체적 난국'...교육 투자에 인색하면 나라 미래 '캄캄'
  • 권의종
  • 승인 2024.02.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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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은 속 빈 강정. 학교는 졸업장을 받는 곳에 불과해...진짜 공부는 학원 등 학교 밖에서

대학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벚꽃 피는 형국으로 침몰 위기...인재 양성은 필수, 교육 개혁은 필연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아파트 단지마다 노란 미니버스 운행이 잦다. 영유아들이 유아원과 유치원을 오갈 때 이용하는 차량이다. 오전 9시경에는 등원용, 오후 3시쯤에는 하원용이다. 정류장이 엄마 아빠 손 잡고 오는 아이들로 붐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오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연로한 조부모까지 동원되는 영유아 교육에 정부는 아동수당 지급 말고는 딱히 하는 게 없다.

초중등교육은 속 빈 강정. 학교는 졸업장을 받는 곳에 불과하다. 진짜 공부는 학원 등 학교 밖에서 이뤄진다. 그 바람에 늘어나는 건 사교육비. 교육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 전체 사교육비는 2022년 기준으로 25.9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입시 산업은 초호황. 잦은 입시제도 변경에 사교육 시장은 일취월장 활황세다.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은 벌써 옛말. 대학 입시에 2회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을 일컫는 ‘N수생’이 기본값이 됐다. 올해 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쳐 17만5,000명, 비율로는 34%다. N수생 비율은 상위권 대학일수록 높다. 올해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61.9%, 10명 중 6명꼴이다. 학령인구는 급감하는데 N수생은 급증하는 기현상이다.

N수생 증가 이유는 그때그때 다르다. 지난해엔 ‘킬러 문항 없는 물수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는 정반대였다. ‘불수능’과 ‘의대 정원 확대’, ‘전공 자율 선택제’ 확대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수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이 대거 N수에 도전할 거라는 분석이다. 

사교육비는 ‘껑충’, 정부 지원은 ‘빈약’

의대 입학 정원이 2,000명 더 늘고 무전공 선발 인원이 확정되면 인기학과 진학에 대한 기대가 커져 대학 재학생 상당수가 반수에 뛰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특히 의대 입학 대열에는 직장인까지 가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래저래 교육 정책 혼선에 따른 부작용만 커지게 생겼다. 수험생은 입시 지옥으로 내몰리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휘며 인력 편중 등 사회적 비용은 가중될 것이다. 

대학은 침몰 중.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속설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지금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벚꽃이 개화하는 형국으로 대학이 망하는 데는 수도권과 지방의 구분이 없어졌다. 10년 전쯤에 문을 닫았을 지방대는 외국인 유학생으로 근근이 연명한다. 수도권 대학도 안심할 상황이 못 된다. 대학원 충원율에 비상등이 켜지며 위험 수위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다. 

올해 서울대 대학원 자연대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 결과가 처참하다. 12개 학과 중 6개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박사 과정도 다를 바 없다. 13개 중 8개 학과가 미달을 기록했다. 석박사 통합 과정은 12개 학과 중 8개가 정원을 못 채웠다. 서울대 대학원 이공계가 그럴진대 인문계나 다른 대학들의 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교육 정책은 조변석개. 입시제도가 바뀌고 또 바뀐다. 어느 날 연구 개발(R&D) 예산을 대거 삭감하고, 갑자기 의대 모집 정원을 대폭 확대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학 지원책을 쏟아내나 백약이 무효다. 정부가 돈으로 대학을 다스리다 보니 대학마다 재정 지원 사업에 목을 맨다. 교육과 연구에 진력해야 할 교수들이 허구한 날 보고서 작성에 매달려 있다. 지원이 충분치 못해 대다수 대학은 헛물만 켠다. 정부가 지방대를 살린다고 한 대학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도 그렇다. 지난해 10개 대학을 선정했으나, 그중 5곳은 2024학년도 정시 경쟁률이 전년보다 더 떨어졌다.

교육개혁은 ‘불끄기’, 미적댈수록 '손해'

2024년도 교육부 주요 정책추진 계획도 불만족이다. “교육개혁으로 사회적 난제를 푼다”는 슬로건이 낯뜨겁다. ▲ 교육개혁이 현장에 안착하는 2024년 ▲ 늘봄학교를 전국 초등학교에 도입, 교원과 분리된 전담인력이 운영 ▲ 학과‧전공 간 벽 허무는 대학 지원 강화, 학비‧주거 등 지원 확대 ▲ 교육발전특구 전국 도입, 사교육 카르텔 혁파로 교육비 부담 경감 등 단편적인 내용 일색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치밀한 준비로 근본적인 개혁을 구현해야 한다. 0세부터 국가책임 교육·보육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사교육비 경감에서 사교육이 필요 없는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해야 한다. 교권 강화를 위해 교사가 주도하는 교실 혁명을 일으키고 교권 침해 상황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와 교육 활동도 보장해야 한다. 

학교 폭력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사회정서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확대도 필수다. 지역과 대학 간 벽을 허물어 동반성장 혁신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청년의 성장기회 확대를 위해 학과 간‧전공 간 칸막이를 없애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 재정 지원도 인재 양성 체계를 혁신하는 대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래 주역인 청년의 학비와 주거 부담을 없애야 한다. 국가장학금을 늘리고 저리 대출 말고 대출 상환을 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일 만큼은 없어야 한다. 프랑스 등에서 시행하는 대학 등록금 무상제를 10대 경제 대국, 대한민국도 해야 맞다. 아낄 걸 아껴야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투자에 인색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교육 개혁은 ‘불끄기’와 같아서 미적댈수록 수습이 어렵고 손해가 커진다. 빠른 결단이 관건이고 초동진압이 상책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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