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단기간 급등, 테마주 성격 변질…주주환원 지속 여부 살펴보라” 조언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다. 이들 기업이 주주환원 등을 통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는 정책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저 PBR주 강세장' 속에서도 기업의 가치 제고 여력과 의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옥석가리기’ 투자를 해야한다는 조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힌 지난달 24일 이후 저PBR 관련 ETF 거래량이 상품에 따라 몇십 배까지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기업의 순자산이나 수익성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고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이 있는 국내 종목에 투자하는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의 경우 정부발표 후(1월 25일∼전날) 일평균 거래량이 3만577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8거래일(1월 15∼24일)의 일평균 거래량(1357주)보다 2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유사한 성격의 'TRUSTON 주주가치액티브'는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이 1만3756주에서 2만6504주로 2배 뛰었다.
아울러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ETF로도 자금이 쏠렸다. 'ARIRANG 고배당주'의 경우 일평균 거래량이 15만6305주에서 169만118주로 11배 급증했다.
또한 'HANARO 고배당'은 726주에서 3만7873주로 52배 폭증했다. 'KODEX 고배당'도 8994주에서 7만7056주로 9배 가량 뛰었다.
PBR은 기업 보유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지표로, 1배보다 작으면 주가가 기업 가치 대비 저평가 돼 있음을 의미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증시 평균 PBR은 1.1배로, 이를 일본 수준인 1.4배, 장기적으론 미국 수준인 4.6배까지 높이겠다는 게 당국의 목표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PBR을 포함한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공시하고, 가치 개선을 위한 자체 계획을 공표·이행하도록 기업에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서 저PBR주들의 주가가 일종의 '테마주'로 묶여 과열되는 현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저PBR 가치주의 주가 급등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저PBR 주식을 마치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매수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이 연구원은 "낮은 PBR 지표에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상장사의 주주환원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환원을 할 수 있을 만큼 실제 돈을 잘 벌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지난 한 주간 단기간에 저PBR주들이 동반 폭등한 측면이 있어 주 후반에는 연휴 휴장에 대한 관망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저PBR 사이에서 이익·배당·자사주 모멘텀 등을 고려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