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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만 때는 금산분리 해제, "왜 그리고 언제까지?" 
'군불'만 때는 금산분리 해제, "왜 그리고 언제까지?" 
  • 권의종
  • 승인 2024.02.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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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산업 간 칸막이 효과, '시효 소멸'...당장 금산분리 해제가 어렵다면 은행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지분 제한을 풀어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본격적인 금산분리 해제에 나서는 것도 차선의 대안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코로나19 완화 이후 지방자치단체 민원실이 초만원이다. 폭발적인 해외여행 수요로 여권 발급 업무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 여권을 신청하고 교부받는 창구의 혼잡도가 극심하다. 접수 대기에 2시간 이상 걸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도와 시군구 민원실이 장사진을 이룬다. 일부 지자체는 야간 여권 민원실까지 운영하는 상황이다. 

민원실 전체가 다 바쁜 건 아니다. 여권 창구 말고는 그래도 한산한 편이다. 대기 번호가 제로(0)인 곳도 여럿, 눈에 띈다. 답답할 노릇이다. 여권 취급 창구 수를 늘리면 될 터이나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창구마다 담당하는 업무가 다르다 보니 옆에서 도와주려 해도 도와주기 어려울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업무 분담 칸막이 때문이다. 

‘부서 내 칸막이’보다 더 심각한 건 ‘부처 간 칸막이’다. 일개 민원실의 상황이 그러할진대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오죽했으면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를 거론하고 나섰을까. 윤 대통령은 올해 초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새해 첫 주례회동에서 “올해는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인사교류, 예산지원 등 구체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에도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부처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허물고 과제 중심으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에게 유익한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료들이 민생현장을 찾아 애로점과 요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부처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처 간 소통 부재, 尹 대통령 ‘불호령’

윤 대통령은 2024년 신년 업무보고 형식도 바꿨다. 지난해 신년 업무보고 때는 부처별로 보고를 했으나, 올해는 방식을 달리했다. 대통령이 주제별로 전문가·국민을 초대해 관련 부처들과 논의하는 민생토론회 방식을 도입했다. 그뿐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행동하는 정부'의 장애물이 관료 보신주의에 있다고 보고 이를 깨기 위해 회의 자리마다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칸막이 허물기는 경제에서 배워야 할 것 같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 유통에서는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이커머스 기업은 오프라인으로 영토 확장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온라인은 온라인끼리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주목받은 특징 중 하나도 업종 간 칸막이 붕괴였다. 100년 넘게 크리스털 한 우물을 파 온 오스트리아 주얼리 업체, 스와로브스키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출시했다. 손기술로 승부해 온 전통기업이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의 기술 경연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 디스플레이에 뒤지지 않는 선명함에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져 세계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선글라스의 대명사 레이밴의 파격도 못지않다. 사진과 동영상 촬영, 음악 재생 기능이 담긴 ‘스마트 선글라스’를 미래 주력 상품으로 선보였다. 세계 화장품업계 최강자 로레알 또한 ‘뷰티 지니어스’ 앱을 내놨다.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피부와 모발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관리법을 알려준다. 화장품 제조기업에서 IT 기술을 활용한 ‘뷰티 컨설팅기업’으로의 큰 변신이다. 

한국금융도 글로벌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나야

국내 금융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 흐름에 부응하고 빨라지는 디지털화에 대응하려면 금융과 산업자본을 구분 짓는 금산분리(金産分離) 규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내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투자가 막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비계열사 지분 보유가 5% 이내로 제한돼 있고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은행도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핀테크 회사에 한정해 15% 이상 투자할 수 있다.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이나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제한은 그동안 나름대로 명분이 있었다.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거나 금융사가 소유한 비금융사에 대한 부당지원을 막기 위함이었다. 그 취지는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지켜져야 할 마지노선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정보기술의 발달을 외면하고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붕괴하는 산업생태계 변화를 거스를 수는 없다. 

국내 금융권이 이자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산분리의 족쇄는 풀려야 한다. 눈을 들어 주요국을 보라. 미국과 EU에서는 금융업종과 비금융업종 간 빗장이 풀려 있다. 일본도 은행의 업무 범위를 디지털, 물류, 유통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선진 금융사가 업무 영역 확장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사이 국내 금융사는 금산분리 규제에 꽁꽁 묶여 움쩍달싹 못하고 있다. 

당장 금산분리 해제가 어렵다면 은행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지분 제한을 풀어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본격적인 금산분리 해제에 나서는 것도 차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금융시장에서 신규 진입자를 막는 보호막이나 칸막이의 역할은 시효를 다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금융산업도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한국경제 성장에 걸맞은 글로벌 스타플레이어로 거듭나야 한다. 금융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나라도 산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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