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주)한화가 증권신고서 금리 오기재로 발행을 취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증권신고서 오기재로 상장 당일 매매가 중단된 데 이어 발행 자체가 무산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혼란이 발생했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이날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철회를 결정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후 확정된 발행 금리와 다른 내용이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데 따른 것이다.
한화는 이른 시일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부터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받기로 한 기관투자자들도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수요예측에 참여해야 한다.
앞서 한화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동일 만기 민평 대비 2년물은 14bp 낮은 4.380%, 3년물은 22bp 낮은 4.484%로 발행 금리를 조율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7시 30분자로 효력이 발생한 투자설명서에는 발행 금리가 2년물, 3년물 각각 4.506%, 4.682%로 적혀 있었다. 확정된 발행 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효력이 발생한 셈이다.
앞서 한화는 대표주관사로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을 선정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주관을 맡은 증권사 중 한 곳에서 회사채 금리를 잘못 쓴 것으로 밝혀졌다. 민평금리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2년물과 3년물 각각 -1.4bp, -2.2bp로 잘못 계산한 때문이다.
증권신고서를 오기재한 증권사는 이날 오전 잘못된 내용을 인지하고 오전 9시 56분, 10시 1분에 두 차례 정정 신고서를 올렸으나 금융당국이 신고서 수정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결국 발행 자체가 무산됐다.
뒤늦게 증권신고서 내용은 바로잡았지만, 효력이 발생해 상장된 회사채 금리는 수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한화는 아예 발행 취소 후 증권신고서 제출 단계부터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물량을 받았던 기관투자자들도 수요예측 단계부터 다시 참여해야 해 혼선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 취소된 회사채의 발행금리가 우호적으로 나왔지만, 다시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이번 한화 채권은 지난 17일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4940억원의 주문을 모으는 등 기관들의 관심이 높았다.
특히 A급 채권의 금리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리테일 기관들의 매수 의지가 거셌으나 이날 거래 정지로 리테일 기관들이 고객에게 물량을 넘길 수 없게 되며 문제가 커졌다. 리테일의 경우 이후 재발행 시 투자 수요를 다시 확보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증권신고서를 오기재한 증권사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발행금리를 잘못 썼다"며 실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