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지수 2021년 1만~1만2천대에서 현재 5500대로 하락
상반기 만기만 10조원 이상 도래…손실 5조원대까지 커질 가능성 높아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주요 시중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최근 1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되는 등 우려했던 ELS 사태가 시작됐다.
상반기 만기 도래를 앞둔 관련 상품 규모만 10조2000억원으로, H지수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지 않는 한 손실 규모는 절반인 5조원대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불과 닷새 만에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 도래한 원금은 약 2105억원인데 1038억원만 상환되어 전체 손실률이 50.7%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원금 179억원에 손실률 45.8%로 손실액이 82억원이었다.
둘을 합하면 홍콩H지수 ELS 관련 원금 손실액은 5대 은행에서만 6개월여 사이 1149억원에 이른다.
이 같이 홍콩H지수 기초 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르는 것은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나며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게 되면서 만기된 상품이 통상 하락률만큼 원금이 까였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2021년 2월 12,000선을 넘어섰으나 그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5481.94(1월12일 기준)이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들의 만기가 올해부터 속속 돌아올 예정으로 앞으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기초 ELS 총판매 잔액 19조3000억원 중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이 중 1분기 3조9000억원, 2분기 6조3000억원 등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상반기 만기 시 이들 상품이 홍콩H지수가 2021년 상반기의 65∼70% 수준은 돼야 원금손실을 피할 수 있다
'녹인(knock-in)'형은 녹인 발생 시 최종 상환 기준선이 통상 70%, 녹인 미발생 시 통상 50%를 넘어야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녹인(No Knock-in)형'은 65% 정도가 기준선이다.
2021년 상반기 10,340∼12,229였던 홍콩H지수가 현재 5500대 전후인 상황에서 상반기 내내 홍콩H지수 수준이 지금과 같이 이어진다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