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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사는 국민만 바보인가...현금만 고집하는 '카드 사각지대'
복권 사는 국민만 바보인가...현금만 고집하는 '카드 사각지대'
  • 권의종
  • 승인 2024.01.0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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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사용 등 떠미는 정부, 자신은 '손사래'...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너도나도 복권수익에 빨대 꽂아...국세 납부 때도 신용카드는 '찬밥' 신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말연시 으레 주고받는 인사말이다. 복은 주고받는 것이나 돈 주고 사기도 한다. 복권 구매를 통해서다.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판매점에는 사시사철 긴 줄이 늘어선다. 추첨하는 토요일 오후에는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확천금을 노린다는 시선이 따가우나 일상의 삶이 고단한 서민에게는 그만한 위안거리가 없다. 

복권위원회 설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56.5%가 최근 1년 이내 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로또복권은 ‘한 달에 한 번’ 구매하는 사람이 26.2%로 가장 많고, ‘매주’ 24.4%, ‘2주에 한 번’ 15.7% 순이었다. 연금복권과 즉석복권은 ‘한 달에 한 번’ 구매자가 각각 23.1%, 28.4%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1회 평균 복권 구입액은 로또복권 9,204원, 연금복권 8,374원으로 나타났다. 

낮은 당첨률로 기대감의 대가는 실망감이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고 만다. 그래도 복권에 한번 맛 들이면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 '이번에는 되겠지', '이젠 될 때도 됐다'는 헛된 기대감이 반복된다. 그 바람에 횡재하는 곳은 다름 아닌 정부다. 세금 징수에는 조세 저항이라도 있지만, 복권 판매에는 그런 것도 없다. 서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실시간으로 국고에 쌓여가는 구조다.

2022년도 복권사업 실적만 봐도 경이적이다. 연간 복권 판매액이 6조4,291억 원에 이른다. 당첨금으로 나가는 돈은 3조3,158억 원, 판매액의 51.5%에 불과하다. 판매수수료와 발행경비 등 사업비를 빼고도 2조6,430억 원이 남는 장사다. 매출총이익률 48.5%, 영업이익률 41.1%,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정부가 밑천 한 푼 안 들이고 가만히 앉아 거액을 챙긴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이자 장사'로 온갖 비난에 시달리는 은행의 돈벌이 수준은 비할 바가 못 된다. 

카드 수수료는 '수익자 부담'이 대(大)원칙

공돈에는 벌리는 손들도 많다. 정부 사업의 상당수가 복권기금에서 돈을 끌어다 쓴다. 법정사업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지원, 제주도개발사업 특별회계, 과학진흥기금, 국민체육진흥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중소벤처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문화재보호기금 등 10개나 된다. 공익사업 수는 더 많다. 주택도시기금, 양성평등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응급의료기금, 보훈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12개에 이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너도나도 복권수익에 빨대를 꽂고 있다.

복권수익 지출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과학기술 진흥과 중소기업 창업과 진흥 등의 정부사업과 저소득층 주거안정, 장애인 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 복지 등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은 의미가 있다. 그래도 피 같은 서민의 돈인 만큼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더욱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낮은 당첨률을 높이고 정부사업으로의 지출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이 말고도 또 있다. 복권 판매로 떼 돈을 버는 정부가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점이다. 신용카드 구매를 법률로 막고 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 제5조 4항에서 "복권을 판매하는 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3호에 따른 신용카드 결제방식으로 복권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신용카드도 부채라서 빚내서 복권 사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고양이 쥐 생각한다. 

1인당 1회 구매를 10만 원으로 제한하고 1회 평균 구매액이 몇천 원에 불과한데도 사행성 조장으로 몰고 가는 논리가 구차스럽다.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까지 해주며 신용카드 사용을 등 떠미는 정부가 정작 자신이 복권 팔 때는 카드 결제를 허용치 않는 이중 플레이. 속이 들여다보인다.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는 공과금과 세금 징수와도 대비된다.

'디테일이 전부', 2% 부족이 100% 실패 불러

기실은 국세 납부 때도 신용카드는 찬밥 신세다. 정부가 마지못해 신용카드를 받고는 있으나 카드 수수료는 납세자에게 떠넘긴다. 체크카드 0.5%, 신용카드 0.8% 수수료는 온전히 납세자 부담이다. 이를 두고 불만이 팽배하나 정부는 끄떡도 안 한다. 도리어 국세청은 세금 낼 때 신용카드 납부를 허용해 납세자 편의를 돕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국민을 바보로 안다. 

신용카드로 내는 국세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2018년 6조5,998억 원(납부 건수 252만여 건)에 이어 2019년 7조3,236억 원(280만여 건), 2020년 9조5,618억 원(261만여 건), 2021년 11조9,663억 원(250만여 건), 2022년 16조4,601억 원(313만여 건)으로 매년 급증세다. 그 바람에 신용카드사에 막대한 수입이 돌아간다. 2018년 517억 원이던 납부 대행 수수료는 2022년 1,298억 원으로 급증했다.

지방세는 은행이 세금을 수납한 후 마감일에 입금함으로써 그동안의 자금 운용 수입으로 카드 수수료를 충당한다. 국세는 또 다르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세금은 세금대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이중으로 물어야 한다. 돈을 받는 정부가 내야 할 카드 수수료를 돈을 내는 납세자가 대신 물고 있다. 신용카드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어긋난다. 

세금과 공과금 납부는 물론이고 복권 판매에서도 일반 상거래처럼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카드 수수료는 돈을 받는 수익자 쪽에서 내야 맞다. 사소한 얘기로 들릴지 모르나 혁신과 개선은 소소하고 세세한 부분에서 시작된다. 작은 틈새가 거대한 제방을 무너뜨리고, 2% 부족이 100% 실패를 부른다. 알고 보면 디테일이 전부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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