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락했던 국내 화장품 시장이 아직 2020년 수준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지출 여력이 감소하며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위축이 이어지고 저가 중소형 브랜드에는 성장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소비자들이 개인 신용카드로 화장품을 구매한 총액은 1829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3월의 1843억원에 못 미쳤다.
화장품 구매액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인 2019년 12월 2382억원에서 이듬해 1월 2261억원, 2월 2075억원 등으로 급락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확대, 그리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장려로 화장품 수요 자체가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이 축소된 화장품 구매액은 2022년 2월 1514억원을 저점으로 소폭 반등했으나, 올해 들어서도 월간 총액 2000억원을 거의 넘지 못했다.
전체 개인 신용카드 결제액이 지난 7월 62조2989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음에도 화장품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 지출 여력이 감소하며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내년 국내의 생활소비재 지출이 축소되겠다"며 "소비 밀접 도소매향 지출 비중 또한 축소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화장품 제조사인 LG생활건강조차도 올해 3분기 보고서에서 "전반적인 화장품 수요 둔화가 지속돼 단기간 내 성장세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가성비'가 키워드가 되면서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 위축과는 달리 저가 중소형 브랜드는 오히려 성장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소비 저성장이 장기화하면서 대표적인 불황 트렌드인 저가 소비 행태가 강화될 전망"이라며 "경기 소비재 중에서도 유행이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 산업에서 이런 변화가 가장 선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