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돌려막기' 관련 제재 절차가 이르면 다음 달 시작돼 일부 CEO들이 중징계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실태를 집중 검사한 결과와 관련해 이르면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증권사에 의견서를 보냈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제재심 절차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형 랩·신탁에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가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조사에 나서 지난 17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9개 증권사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 손실 전가 금액이 증권사별로 수백억∼수천억 원, 합산하면 조단위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만기가 도래한 A 고객 계좌에 편입한 CP를 다른 증권사에 고가로 매도한 뒤 해당 증권사에서 만기가 비슷한 다른 CP를 B고객 계좌로 매수하는 연계·교체거래 방식을 통해서다.
B고객 계좌의 만기가 도래하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목표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연계·교체거래를 이어왔지만 이는 결국 고객들의 손실 이전 효과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이 밖에도 주로 대기업·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사 고유자금을 활용해 랩·신탁에 편입된 CP를 고가로 매입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해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CEO) 등 경영진이 감독을 소홀히 했거나, 의사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맞추는 과정에서 CEO가 관여했다는 것이다.
관여 수준에 따라 일부 CEO들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가 중징계인 문책경고 이상이 적용돼 금융사 임원 취업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묵적인 관행으로 행해지던 불법 자전거래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이번 제재에 의미가 있지만 증권사 측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CEO 중징계 소동을 또다시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