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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중국발 요소수 대란, 소 잃고도 외양간 방치한 한국
반복되는 중국발 요소수 대란, 소 잃고도 외양간 방치한 한국
  • 나병문
  • 승인 2023.12.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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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지난달 30일 중국 수출입을 총괄하는 해관총서가 우리나라의 한 대기업이 수입 예정이었던 중국산 산업용 요소의 수출을 보류시켰다. 이미 수출 검사까지 마친 상태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배에 실리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중(在中) 원자재 전문가는 “10월 중순부터 중국 내에서 30일 걸리던 요소 수출 검사가 60일로 늘었다. 이번 수출 보류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와 관련하여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달 중국 ‘질소비료공급협회’가 회원사에 질소 비료(요소 비료 포함) 수출을 자제하고 중국 국내에 우선 공급할 것을 요청한 이후, 실제 통관 애로사항이 파악됐다”라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정부는 요소 수출 물량을 국가별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자, 시장에선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불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현재 보유 중인 재고와 중국 外의 나라들에서 수입할 물량을 합쳐 3개월분 이상의 차량용 요소 재고가 확보됐다며, 지난 사태와는 양상(樣相)이 전혀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2년 전의 요소수 품귀 현상을 떠올리며 불안에 떨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정부의 대처가 안일하기 짝이 없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요소수 품귀 조짐은 지난 9월부터 감지되었다. 대형 마트에서는 차량 요소수를 한 사람당 한 개씩으로 판매 제한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요소수 판매가 일시 중단됐다. 뒤이어 중국이 요소 수출을 중단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중에도 정부는 태평스럽게 ‘별문제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꿋꿋하게 견지했다.

알면서도 거듭 당하는 이유는? 이참에 확실하게 규명해야

이번 사태의 주범인 요소수는 요소를 원료로 해서 만든다. 요소수는 경유 차량이 배출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는 제품이다. 대형 공장이나 발전소에서도 매연 방지를 위해서 사용한다. 발전·수송 등 산업 전 분야에 걸쳐 필수 소재인 셈이다. 그렇게 중요한 품목이라면 진작에 국내 생산 체제를 갖춰서 해외 의존도를 낮췄어야 했다. 그걸 알면서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미적대다가 이번에 또 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국의 중국산 요소수 의존도는 91%에 달한다. 2년 전(71%)보다도 훨씬 높아졌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한때 67%까지 떨어졌던 중국산 비중이 다시금 90% 넘게 증가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차이다. 지정학적인 이유로 중국산 요소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저렴하다 보니, 수입업체들이 수입선(輸入先) 다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중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수입업체들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동안 베트남과 카타르 등지로 수입처를 다변화하려 애썼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 비해 물류비용이 비싸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산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조차 중국산 요소의 저렴한 가격 탓에 공급처 다변화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그들의 하소연을 두고 근거 없는 투정이라고 몰아붙이기만 하는 것도 가혹하다.

다급해진 정부는 중국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싶다. 정부는 일찌감치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의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에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이 발의되었건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사태 교훈 삼아 항구적 대책 강구해야

사태가 심각해지자, 추경호 부총리는 11일 ‘경제안보공급망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중국 등의 요소 할당관세를 내년까지 연장하고, 요소의 국내 생산시설 구축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산업통상자원부도 산업 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흑연·요소·리튬 등 185개 공급망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평균 70%에서 50% 밑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번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미봉책에 그칠 뿐, 중국의 ‘자원 무기화’ 칼춤은 언제라도 되풀이될 것이다. 그들의 치졸한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요소수에 한정된 것도 아니다. 중국은 갈륨, 게르마늄, 인조흑연, 인산암모늄 등 원자재 전반에 걸쳐 상대국의 발목을 잡을 만한 것을 골라 시시때때로 수출을 중단하곤 했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그들의 힘자랑과 조롱을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한단 말인가.

가격 경쟁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이젠 그런 핑계로 넘어갈 단계는 지났다. 말 그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없이는 제3, 제4의 사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관련해서,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서 특정 국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여러 국가에서 조달하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적·금융적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우리는 뭘 했나”라는 자성이 앞선다.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차리지 못한 정부와 국회, 거듭되는 저들의 횡포에 대증 요법(對症療法)으로만 버티던 기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지난 일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안보의 필수 조건인 전략물자의 안정적인 확보책을 강구(講究)해야 한다. 무슨 일만 생기면 허겁지겁·우왕좌왕하다가 진정되면 금세 잊어버리는 상습적 건망증을 고치지 못한다면, 훗날 어떤 재앙이 우리 앞에 들이닥칠지 걱정이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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