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국가 공무원들의 감정노동 수준이 ‘위험’ 범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요구와 폭언, 협박 등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단순히 참으면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치료 지원과 법적 대응 강화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는 13일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무원의 직무수행 관련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사처는 공무원의 신체·정신적 건강 유지 및 행정능률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이번 조사를 처음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신건강을 국가 중요 의제로 설정하고 예방부터 치료, 회복까지 국민 정신건강을 국가가 직접 책임져야 한다는 정책 대전환을 선언했다.
조사에 따르면 감정규제·감정 부조화·조직 모니터링 등 각 진단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외부 관계자와의 갈등이나 재량권 부재로 인해 자신의 감정이 상처받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등 정서적 손상과 감정적 어려움의 정도를 측정하는 ‘감정부조화’ 분야에서 여성은 10.1(정상 3∼7, 위험 8∼12), 남성은 9.4(정상 3∼6, 위험 7∼12) 수치를 기록했다.
감정노동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무리한 요구로 업무 방해(31.7%)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제보·신고(20.5%) 등이 꼽혔다.
감정노동에 따른 영향에는 △직무스트레스 증가 및 자존감 하락(33.5%) △업무 몰입·효율성 저해(27.1%) 등이 도출됐다.
공무원들은 감정노동 대응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한다’(46.2%)에 가장 많은 답변을 했고, △주변 동료와 상담(21.5%) △상사에게 도움 요청(16.4%) △상대방에게 항의(7.4%) △소송 등 대응 강구(5.2%) 등이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이 신체·심리적 질병으로 번지는 경우에는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음’(61.1%)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병가 사용(11.3%), 전문 심리상담(8.4%), 병원에서 치료(6.9%) 등 조처를 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인사처는 “민원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관계기관과 협업해 심리적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지원, 기관 차원의 법적보호 강화, 건강 검진비 지원 확대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공무원인사관리시스템(e사람) 등을 활용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