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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코리아論’ 들먹이는 일본 언론, 웃어넘길 수 없는 한국 현실
‘피크코리아論’ 들먹이는 일본 언론, 웃어넘길 수 없는 한국 현실
  • 나병문
  • 승인 2023.12.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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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얼마 전 일본 경제지 ‘머니 1’은 ‘한국은 끝났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급격한 인구의 감소다. 신문은 “인구절벽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는 한국이 다른 나라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일부 한국 언론에서 중국 경제를 두고 ‘피크차이나’라는 용어를 써가며 걱정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는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신문 기사는 한국의 GDP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1980년 이후, 한때 13%를 넘겼던 한국의 GDP 성장률은 지난해 2.61%, 올해 1.40%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내년 잠재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이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전망치를 근거로 시간이 흐를수록 ‘성장 내리막길’의 진행 속도가 더 가팔라질 거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또 골드만삭스 글로벌 투자연구소의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은 G9에 들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까지만 해도 GDP 기준 전 세계 12위를 기록했지만 2050년에는 15위 아래로 밀려나고, 2075년엔 아예 순위권에 들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장률은 정체 단계에 들어섰고, 재정 건전성 또한 보장되지 않으니 ‘피크코리아(Peak Korea)’를 운운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논거(論據)다.

그들이 피크코리아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는 늘어남에 따라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것을 넘어서, 갈수록 나라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하면 2050년에 한국의 노년부양비(老年扶養比)는 80으로 일본을 넘어선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80명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라 밖 우려의 시선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피크코리아를 들먹인 외부의 시선에 대해, 이웃 나라 언론이 함부로 우리를 폄하(貶下)하는 기사를 썼다고 발끈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질시(疾視) 섞인 악평일 뿐인데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느냐며 웃어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가롭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그들이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기사를 썼을 거라는 생각이야말로 편협하고 무모하다. 이제 우리도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나라 밖에서 들려오는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큼 성숙하지 않았나?

한국 경제에 관한 국제기구의 직설적인 충고도 없지 않다. IMF는 “한국이 지금 구조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향후 5년간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당시 구제금융을 빌미로 우리나라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그들의 진단이니만큼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경제는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섬찟한 예언이 아닐 수 없다.

IMF는 또 한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1.4%에서 내년에 2.2%로 높아지겠지만, 이후 2.1~2.3% 범위에서 정체될 거라고 내다봤다. 저성장 기조가 사실상 굳어졌다는 의미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 전망도 비슷하다. 그들은 올해와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을 각각 2.1%와 2.2%로 전망하고, 2025년부터 2028년까지도 2.1~2.2%에 그칠 거라고 내다봤다.

재정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대규모 재정 부담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IMF는 만약 한국이 연금 개혁에 실패한다면 2075년에 정부부채 규모가 GDP의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연금 적자를 정부가 메운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인구, 노동, 연금 등 난제 산적(山積), 국민 동의 얻어 차근차근 해결해야

앞에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구절벽이다. 인구 감소를 막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도 암울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고 실효적인 대책을 찾아야겠지만, 가장 절박한 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청년들이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아가 이민 정책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유능한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기 위한 비자 제도, 노동 환경, 이주노동자 권리 개선 등이 그것이다.

노동과 연금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한국이 곧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동력 저하에 따른 생산력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내수 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헤럴드 핑거 IMF 한국미션단장은 “성장을 유지하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한다. IMF는 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연금 제도의 형평성 문제와 비효율성을 지적한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는 교육에 대한 투자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잠재성장률마저 꺾이고 있음이 통계로 드러났다”라며 “1인당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등교육 투자를 늘려야 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생산성을 확보하도록 도와주는 노동 유연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정부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이다. 어느 것 하나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고충도 클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 일을 하는 것이 공복(公僕)의 소명인 것을. 바라건대, 정부와 정치권은 과도한 정쟁을 멈추고 첩첩이 쌓여있는 난제의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라. 그 과정에서, 전문가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도 빠뜨리지 마라.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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