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투자'되면 이사 선임반대, 해임청구 등 보다 강한 주주권 행사 가능. 하필 대부분 최근 문제 기업들
공교롭게도 대통령이 카카오 등 비판한 날 같이 단행. 국민연금측은 대통령 발언전 공시라며 과도한 해석 부인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 1일 카카오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갑자기 상향조정했다.
카카오 외에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등 다른 일부 상장사들에 대해서도 투자목적을 같이 상향조정한 것이긴 하지만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와 은행 횡포 등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날 공교롭게도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조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전날 카카오, 카카오페이,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CJ대한통운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상장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는 경우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중 하나로 보고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이날 현재 카카오 보유 지분은 5.24%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단순 의결권만 행사하지만, '일반투자'는 이사 선임 반대, 배당금 확대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가 되면 회사 임원 선·해임 등으로 회사 지배구조에 영향을 더 강하게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카카오 등의 지분 보유 목적을 상향조정함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투자목적을 바꾼 기업들은 공교롭게도 최근 여러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들이다. 카카오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한 시세조종 의혹에 휩싸여 대표가 구속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BNK금융지주에서는 거액의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했고, 키움증권은 올해만 두 차례 불공정 거래 혐의 등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에 대해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며 "독과점의 부정적인 행위 중에서도 아주 부도덕한 행태니까 반드시 조치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민연금도 이에 맞춰 문제기업들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 보유 목적 등에 대한 공시를 한 만큼 과도한 해석"이라며 "방침상 개별 투자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내부 지침의 기준에 맞춰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현 정부 들어 주주권을 더 적극적으로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카카오, BNK금융지주, 키움증권 등과 관련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에도 KT 대표이사 연임 추진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 "경선이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