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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에 금감원 출신 넘치는데, 사기횡령 등 사고 꼬리 물어
금융사에 금감원 출신 넘치는데, 사기횡령 등 사고 꼬리 물어
  • 권의종
  • 승인 2023.11.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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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투성이, 도둑 천지...‘내사람 챙기는’ 사연(私緣) 떨치고, '적임자 구하는' 선공(先公) 취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 '낙하산' 인사 착륙지다. 금감원 고위직 퇴직자가 금융회사 상임감사위원직으로 내려앉곤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금감원 퇴직자의 금융권 재직 현황’이 놀랍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대 은행, 즉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상임감사위원 5명 모두가 금감원의 은행 담당 임원 출신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에 총 93명의 금감원 퇴직자가 근무 중이다. 은행업권 재직자가 24명으로 가장 많다. 그중 10명은 시중은행이나 지역 은행, 인터넷은행에서 상임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또 금감원 퇴직자는 저축은행 업계에 21명, 보험업권에 20명, 증권업에 13명, 금융지주에 7명이 재직 중이다. 이들 대다수는 금감원 퇴직 당시 직급이 부원장보나 국장 등 고위직이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재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있으나 마나 한 절차다. 퇴직자들은 이를 잘도 피해 간다. 금감원에서 직접 담당하지 않았던 업계에 우선 취업하고 3년이 지난 뒤 금융회사로 옮기는 ‘우회 취업’ 꼼수를 즐겨 쓴다. 2018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 170명 중 취업 제한이나 불승인 결정을 받은 사람은 단 5명뿐이다. 

금감원 출신이라도 전문성을 인정받아 금융회사가 영입하는 경우라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되레 권장할 일이다. 금감원 퇴직자의 재취업용이라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본인이 관리·감독하던 업계로 재취업할 경우 역기능이 우려된다. 이해 충돌로 ‘봐주기’ 부실 감사로 흐를 수 있다. 감사자로서도 자신이 퇴직 후 일할지 모를 금융회사를 굳이 모질 게 굴 필요를 못 느낄 수 있다.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 관행, 이해 충돌로 부실 감사 우려

금융회사로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자신들이 낸 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자리까지 내놔야 한다. 금감원과 원만한 관계를 위한 ‘보험용’으로 여기는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금감원 출신 감사위원이 제 역할을 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 못하다. 사기, 횡령, 불법 계좌개설과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부당이득 편취 등 금융사고가 꼬리를 문다. 

국회 정무위원회 윤한홍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권 금융사고 발생 현황’이 주목거리다. 2018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5년 8개월 동안 총 452건의 금융사고가 터졌다. 피해 규모가 1조1,068억 원. 그나마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 피해액 약 2조 원은 뺀 액수다. ​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7,515억 원, 전체의 68%로 가장 많다. 이어 횡령·유용 2,043억 원, 배임 1,153억 원 순이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 또한 섬뜩하다.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사고 금액이 2,988억 원에 이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내부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를 활용, 12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은행에서는 2021년 8월부터 올 7월까지 영업점 56곳에서 이용자 문서를 몰래 위조해 불법으로 증권계좌 1,662건이 개설됐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은행원이 114명에 달했다. 사고투성이, 도둑 천지다.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단호한 대응을 밝혔다. 횡령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 핵심성과지표(KPI)의 과도한 이익 추구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향후 문제가 재발하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을 발표했다. 중대한 내부통제 문제가 반복될 경우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0) 등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우리가 남이가’ 타령 말고 ‘우리는 남이다’ 호령해야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온 은행 준법감시인들도 내부통제 강화와 유사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약속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금감원 조치 등에 맞춰 제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충분히 더 개선하고 보완해 다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처벌과 통제만으로는 금융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 제도나 대책은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못 된다. 은행의 준법감시인 제도가 2000년에 도입된 지 23년이 지났으나 금융사고 예방에 제구실을 못 하는 현실이다. 내부통제 책임자의 자질과 전문성, 관리능력 등을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금감원에서 금융사 감독업무를 담당했다고 금융업무를 안다고 보기 어렵다. 스포츠에서 감독과 선수의 역할이 다르듯, 금융에서도 외부 검사와 내부 실무는 별개 영역이다. 실제로 외부 인사가 금융사에 부임하면 업무 파악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렇게 해서 업무를 파악하고 사람을 알만하면 임기가 끝나고 만다. 성과를 내도 연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번 임기를 채우면 자신이 그랬듯 금감원 퇴직 후배에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금융사고 발생을 금감원 낙하산 인사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전문성 결여와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도 내부통제를 잘하면 불법행위는 능히 막을 수 있는 터. 업무에 밝은 전문가 기용이 필수인 이유다. 임명권자의 각성과 결단이 요구된다. ‘내사람 챙기기’ 사연(私緣)을 떨치고 '적임자 채우기' 선공(先公)을 취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나 타령할 게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를 호령할 때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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