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15억원가량의 구상금을 받지 못해 소송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이 기업에 7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구상(求償)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연금과 관련해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15억4600만원의 구상금을 받지 못했음에도 지난 7월 현재 이 회사 주식 700억원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옥시레킨벤키저에 3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기금투자를 배제할 것을 요구받아 국회에 올해 6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벤치마크(BM·기준수익률) 이하로 제한해 투자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보고했으나 여전히 거액을 투자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공단은 옥시레킨벤키저를 비롯해 10곳의 가해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연대 책임에 따른 중복 금액 기준)의 구상금을 받지 못했다.
공단은 규정에 따라 제3자의 행위에 따라 발생한 장애·유족연금에 대해 연금을 우선 지급했고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구상금으로 청구 중이다.
전체 구상액(24억3000만원)을 기업별로 나눠보면 옥시레킷벤키저가 전체 금액의 64%(15억4600만원)로 가장 많았고, 애경산업이 17%(4억800만원)로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구상금을 납부해야하는 기한은 올해 6월로 끝났지만 지금까지 납부된 금액은 구상 고지액의 5.1% 수준인 1억2500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10개 기업 중 한 번이라도 구상금을 납부한 곳은 옥시레킷벤키저(1억1200만원), 홈플러스(1300만원) 등 두 곳뿐이었다.
이에 공단은 가해 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영주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고 12년이 지났는데도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가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