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중견그룹 83곳의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 금액은 약 1.5조원으로 3년새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는 공정자산 2조원 이상(6월 말 기준) 중견그룹 103곳 중 상장 계열사가 1개 이상 있는 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계열관계사 담보제공 제외)은 1조4787억원으로, 2020년(1조1256억원)보다 3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지난달 기준 주식담보 비율 상위 10위 기업은 롯데관광개발(94.9%), 한미약품(85.9%), 코스맥스비티아이(75.7%), NICE(74.2%), 한국콜마(70.0%), 현대(66.9%), 조선내화(55.7%), 파라다이스(52.4%), 동아쏘시오(52.0%), 한일홀딩스(45.3%)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오너 일가가 보유 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제공했다.
상위 10개 기업 중 한미약품과 조선내화, 파라다이스, 동아쏘시오 등 4곳은 2020년에는 주식담보 비율이 50% 미만에서 3년 새 절반을 넘겼고, 한일홀딩스는 2020년 50%를 넘었던 주식담보 비율을 같은 기간 절반 이하로 줄였다.
CEO스코어는 "오너 일가 보유 주식에 대한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그만큼 공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높은 롯데관광개발(LT)그룹의 경우,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주식담보 비율이 97.5%였고, 김 회장의 배우자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는 100%였다. 자녀인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와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는 각각 100%, 65.7%로 나타났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액이 가장 많았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16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1317억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720억원·6위),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680억원·7위) 등으로 총 4395억원에 달했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38억원),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894억원, 현정은 현대 회장(524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495억원)도 10위권 안에 들었다.
대출금액 기준 상위 20명 중 9명(45.0%)은 과거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대비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2020년 33.6%에서 올 9월 85.9%로 52.3%포인트 급증한 한미약품이었다.
풍산(19.6%포인트↑), 이지홀딩스(16.5%포인트↑), 화승(15.0%포인트↑), 동아쏘시오(14.9%포인트↑) 등도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한진중공업홀딩스로, 2020년에는 96.1%였으나 올 9월에는 주식담보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