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03:40 (일)
무너지는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 위기 어찌할꼬
무너지는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 위기 어찌할꼬
  • 나병문
  • 승인 2023.09.22 15:2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병문 칼럼]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이초 교사 추모 및 진상 규명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집회의 배경은 최근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데 따른 것이다. 고인은 반 학생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각에서는 악성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린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실상과 고질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교육부가 집계한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진행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2,566건이었던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이다. 교육활동 침해의 유형으로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가장 많았다. 그 외에도 상해, 폭행, 협박, 부당한 간섭 등 다양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옛 말씀은 진작에 설 자리를 잃었다. 초등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세상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극성 학부모의 교사 괴롭힘은 더 무섭다. 얼마 전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죽음을 택한 대전 모 초등학교 여교사의 사례는 교권이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전 교사 노조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끊임없는 교권 침해, 악성 민원 그리고 교원 보호장치가 없는 교직 사회가 만들어낸 사회적 죽음이다”라며 신랄하게 성토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위축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학생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배우는 사람의 책무라든지 교권에 대한 존중도 같이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의 일면을 제대로 짚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교육 부추기는 공교육의 위기

우리나라 공교육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익히 아는 사실이다.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건만 우리의 교육 방식은 수십 년 전 그대로다. 인공지능과 최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정작 학교나 학부모들은 대학입시 과목인 국· 영·수에 영혼을 갈아 넣는다. 학문과 인격 수련의 도량이 되어야 할 학교는 오래전에 기능을 상실했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제 흔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그럴 때 따끔하게 혼내고 면학 분위기를 다잡아주는 것이 교사의 본분일진대 그러지 못하는 게 실상이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교실은 방과 후 사교육을 위한 대기 장소쯤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스승’이어야 할 교사들은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사고 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역할에 매달린다고 자조(自嘲)하고 있다.

공교육의 위기는 학부모들의 관심을 사교육 쪽으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시청자 사이에선, 극 중 내용이 실제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에 대한 집착이 심한 국가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최상위권 대학 진학이 부와 지위의 대물림 수단으로 여겨지는 천박한 교육 문화가 사교육 시장을 부추긴다. 그에 대한 대수술 없이는 교육의 미래도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교육비에 학부모의 등골은 계속 휠 것이고, ‘킬러 문항’은 얼굴을 바꿔가며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을 나라의 동량(棟梁)으로 키우는 게 아니라, 오로지 점수에 매달리게 만드는 황당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교육 시스템의 붕괴는 망국(亡國)의 지름길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학교 교육 현장의 실태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는 엊그제 '교권 회복 4법'을 통과시켰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이 그것이다. 그에 발맞춰 정부·여당도 일선 학교 현장 교원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의 기준을 담은 학생 생활지도 고시안을 다음 달 중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 당국도 부랴부랴 세부 대책을 내놨다. 교육청은 교권 침해 방지를 위해 학교와 유기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교사가 필요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마다 변호사를 두고, 교육지원청에 ‘아동학대 및 교육활동 보호 신속대응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모든 초등학교에 학부모 민원 등을 녹음할 수 있는 전화도 지급한다. 하지만 그 같은 대책만으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힘은 ‘교육’에서 나온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은 오랫동안 제자리에 멈춰있다. 지도층의 이기주의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팀 튀기며 지적한다. 대중 앞에선 교육 개혁의 선봉자라도 되는 양 떠들면서, 정작 자기 자식에게는 고액의 사교육을 아무렇지도 않게 시킨다. 본인들이야 자식 사랑을 들먹이겠지만, 지도층의 표리부동이야말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들이 교육 시스템의 붕괴를 지적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우리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무너진 교육을 바로잡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루한 작업이 될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절체절명의 과제인 교육 혁신만큼은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