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종이서류 없이 온라인상에서 실손의료보험을 신청할 수 있는 ‘실손전산화’ 법안처리가 또 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보험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실손전산화가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 처리가 불발됐다.
민주당이 이날 19일째 단식 중이던 이재명 대표 병원 이송 등 당내 상황을 이유로 법사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예정된 안건들은 상정하지 못 했다.
법사위는 재적위원 5분의 1이상 출석으로 개회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지난 13일 법사위가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심사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법사위에서 이견이 다시 통합되지 않으면서 다음달 10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 오는 11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년 총선 등 이슈에 밀려 21대 국회에선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가입자 요청에 관련 서류를 병원이 보험회사에 전자 전송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국회서 첫 상정된 이 개정안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법안 통과가 무산돼 14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이어 6월 15일 전체회의서 통과됐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보험업계는 물론이고 실손전산화가 편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 소비자들의 기대도 미뤄지게 됐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데는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 의약계와 환자 단체 등이 법률 간 충돌, 환자 정보 유출 가능성 등을 제기하면서 반대를 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청구절차에 따른 불편이 지속됐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료 후 병원이 약국에 직접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팩스, 앱, 방문 등을 통해 보험사에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제출하는 과정 등 각종 사정에 번거롭고 시간이 나지 않아 보험금 청구를 못한다. 더욱이 보험금 청구 시효인 3년을 놓치면 청구조차 할 수 없다.
최근에는 민간 핀테크 기업 차원의 청구 전산화가 일부 이루어졌으나,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어 활용은 미미한 상황이었다.
실제 매년 수천억원대 실손 보험금이 청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이 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전산화도 민생과 관련이 깊은 내용인데 정치적인 이슈에 밀려 처리가 늦어지게 됐다"며 "추후 일정을 다시 잡아볼 수 있겠지만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