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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 연장, 나이를 버려야 기업이 산다
법정 정년 연장, 나이를 버려야 기업이 산다
  • 권의종
  • 승인 2023.09.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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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만능주의’는 경계의 대상...정년 연령은 법률 규정보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고령화가 광속(光速)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이 2018년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20.6%에 도달,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명시된 법정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자는 국민청원에 나섰다.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이 현재 63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춰지는데 맞춰 정년 연장을 요구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에 답했다. 법정 정년 연장에 관한 보도자료를 냈다. “단순히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노령 인구 증가로 고령층 계속 고용 문제를 논의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경사노위는 베이비붐 세대 비중이 큰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에 잘 대처하지 않으면 성장률 저하는 물론 국가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이 계속 일할 방법은 다양하다면서, 임금의 연공제적 성격이 강하고 해고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60세로 정해진 지 7년 만에 다시 불거진 정년 연장. 노사 갈등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일부 대기업 노사가 정년 연장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고, 사용자 측은 수용 불가를 밝혔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갈 기세다. 포스코와 한화오션, HD현대 등도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정년 연장 요구안을 사 측에 전달했다.

정년 연장은 임금체계 개편과 평행하고 계속고용 방안과 연계해야

정년 연장은 ‘판도라의 상자'다.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해법을 찾아야 하나, 섣불리 공론화가 힘들다. ‘쓸만한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년 연장이 청년층 ‘밥그릇 뺏기’가 될 수 있어서다. 202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 내용이 구체적이다. 고용원 수가 10~999인 규모의 사업체에서 정년을 연장한 고령자가 1명 늘어나면 청년층(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고 고령층(55~60세) 고용은 0.6명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년 관련 사항을 굳이 법으로 정한다면 단순히 정년만 연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호봉제를 채택하는 경우에는 임금체계 개편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때 임금체계 개편을 노력 조항으로만 넣어 문제가 많았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이 함께 이뤄지는 게 좋다. 또 정년 연장은 정년 폐지, 재고용 등을 포괄하는 계속고용 방안과도 연계시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령자 고용은 보편화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585만8,000명으로 사상 최대다. 60세 이상 창업기업도 지난해 12만9,384개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정년 이후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 기업도 2020년 367개에서 지난해 3,028개로 열 배 가까이 늘었다. 5060세대는 약 1,61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1.2%에 이른다. 

법정 정년 연장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주요국은 10여 년 전부터 정년을 만 65세 이상으로 올리거나 폐지했다. 미국은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했고 1978년 70세로 올렸다가 1986년 정년 개념 자체를 없앴다. 영국도 2011년 정년 개념을 삭제했다. ‘노인 대국’ 일본의 법정 정년은 65세이나 근로자가 원하면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 독일은 현행 65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늦추기로 했다.

나이는 ‘존중’돼야 하나, ‘특권’이나 ‘무기’가 될 수는 없어

외국 사례는 참고만 해야지 따라 하면 큰 일난다. 나라마다 연령별 구성비 등 처한 형편과 사정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다른 나라의 정년 제도를 무턱대고 원용했다간 엉뚱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벤치마킹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이들 나라가 정년 연장을 하게 된 동기와 배경, 순기능과 역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 만능주의’는 경계의 대상이다. 모든 문제를 법으로 풀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법 규정의 범위는 최소화돼야 맞다. 꼭 필요한 사항만 법으로 정하면 된다. 창의와 자율이 생명인 기업에 대고 법으로 ‘감 놔라, 대추 놔라’ 시시콜콜 참견하는 건 득보다 실이 크다. 그 자체가 규제로서 경쟁력을 좀먹는 해악으로 작용한다. 

정년 연령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기업이 여러 대안 가운데 자사에 맞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마다 직원의 연령 구성과 인력 수급 상황이 천양지차다. 이런 상황에서 정년을 법으로 획일적으로 정하게 되면 인적자원 관리가 힘들어진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필요한 곳에 필요할 때까지 쓸 수 있어야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용과 효율이 극대화된다. 

제반 정책과 제도의 적용 기준이 나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나이만큼 합리적인 기준도 없다. 객관성이 뚜렷하고 계측성도 수월하며 민원의 소지 또한 작다. 그렇다 해도 나이는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못 된다. 나이는 ‘존중’돼야 하나 ‘특권’이나 ‘무기’가 될 수는 없다. 도리어 나이를 버려야 기업이 살고 직원도 살 수 있다. 노사 공존공영의 비책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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