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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 들어서는 대한민국, 대비책은 있는가?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는 대한민국, 대비책은 있는가?
  • 나병문
  • 승인 2023.08.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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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겐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제공해야...노인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도 좋아

[나병문 칼럼] 우리나라가 오는 2025년쯤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그런데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불과 5년 정도라고 한다.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영국이 50년, 미국은 15년이 걸렸다. 그들에 비해 우리의 변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고령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본인 또는 배우자가 벌어서 먹고사는 비율은 65%로 10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고령층 취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같은 고령층의 고용 확대는 주로 임금수준이 낮은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고령자의 빈곤율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6세 이상 고령자의 상대적 빈곤율은 무려 43.2%였다. 이 수치는 OECD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 소득 50% 이하에 속하는 인구 비율을 말한다.

OECD 국가 중 상대적 빈곤율이 4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한결 양호하다. 특히 호주(2018년 기준·23.7%), 미국(2019년 기준 23.0%), 일본(2018년 기준·20.0%) 같은 나라들은 20%대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차이가 이처럼 확연하게 벌어진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 한 가지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갈 길이 요원한 노인 복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빈곤율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고령층 고용률의 상승은 대부분 노동 공급 요인에 기인한 것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늘어났다는 말은 취업전선에 뛰어든 노인들의 숫자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중의 대다수가 비자발적인 참여라는 데 있다.

유럽의 경제 부국 독일 같은 경우는 진작부터 촘촘한 노후보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리스터연금(Riester Rente), 빈곤층을 위한 국가보조금(Sozialhilfe) 등이 그것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다. 그들은 1973년 노인 의료비의 무료화 정책을 필두로, 1982년 노인 보건법, 1989년 고령자 보건복지 정책인 골드플랜, 2000년 요양보험 제도 대폭 보완 등 노인복지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그에 비해 우리의 형편은 암울하다. 노인들 대다수는 나이 들어가며 의료비가 급증하는 등 지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수입은 급감한다. 자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도 예전만 못하다. 그렇다고 선진국처럼 연금제도나 탄탄한가? 어림도 없다. 그러니 노후에도 먹고살기 위해서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구직 이유가 다분히 생계유지를 위해서다. 사정이 그럴진대 고용의 질을 따질만한 여유가 있을 리 없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은퇴 후의 고령층을 노동시장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누구라도 나이 들어 은퇴하면 여유롭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하지만 실상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빚을 안은 상태에서는 인간답게 사는 건 고사하고,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학력이 낮고, 자산소득이 없는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열악한 일자리로 몰려든다.

국가가 나서서 확실한 대책 세워야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2년 후 쯤이면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20%에 이를 것이다(2023년 기준 18.4%).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어디서도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판에 기대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100세 시대’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되어간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머잖아 미증유(未曾有)의 초고령 시대에 접어들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고령층 재취업의 특징 및 요인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에게 닥친 고령층 노동 현실의 심각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짚었다. 한경연은 그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즉 고령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노인들의 비자발적 노동 공급을 줄이는 대신 자발적 노동 공급은 장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문제는 실행의 어려움이다.

고령사회에 들어서는 것 자체를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브래들리 셔먼(Bradley Schurman) 박사 같은 이는 그의 저서 『슈퍼 에이지 이펙트(Supper Age Effect)』에서 “슈퍼 에이지 세대를 새로운 세대로 인지하고 시장과 제품을 발굴하는 기업이나 국가에 고령화 현상은 거대한 기회가 될 것이다”라며 희망적인 진단을 내놨다. 이래저래 답답하던 차에, 그의 신선한 안목이 서광(瑞光)처럼 다가온다.

셔먼의 주장처럼, 관점을 바꿔서 접근하면 해결책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그러니 중장기적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과는 별개로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순서다. 하루하루의 삶이 고통스러운 노인들에겐 당장 도움이 될 만한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 노인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 말이다. 그것이 국민의 바람이고,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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