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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構造) 모르면 구조(救助) 못 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構造) 모르면 구조(救助) 못 한다
  • 권의종
  • 승인 2023.08.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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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심사, 무모한 수주, 예고된 실패...금융사는 사업성 중심의 심사 지향하고, 시공사는 무분별한 수주 지양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졸지에 미운 오리 새끼가 됐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신음하며 죽어가는 새끼 오리로 전락했다. 금융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처해있는 사정과 형편이 딱하기만 하다. PF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 금융사가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의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cash flow)을 보고 자금을 지원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기반하지 않는다. 사업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진행되며 얻어지는 수익으로 대출금을 되돌려받는 구조다.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석유, 탄광, 조선, 발전소, 고속도로 건설 등의 사업에 흔히 사용되나,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개발 관련 사업에서 주로 활용된다. 

부실이 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이 임계치를 넘었다. 선제적 채무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자료가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워준다.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잔액은 131조6천억 원. 지난해 12월 말 130조3천억 원에서 3개월 만에 1조3천억 원 늘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92조5천억 원으로 100조 원을 밑돌았으나, 2021년 말 112조9천억 원을 기점으로 매년 증가세다.

연체율은 고공행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성과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 사업장이 늘면서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2.01%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 말 1.19%보다 0.82%p 올랐다. 2020년 말 0.55%, 2021년 말 0.37%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 말 2%를 넘겼다.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한 PF

업권별로는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가장 높다. 15.88%에 이른다. 2020년 말 3.37%, 2021년 말 3.71%에 비해 10%p 넘게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말 10.38%와 비교해도 5.5%p 올랐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의 PF 연체율은 각각 4.07%, 4.20%로, 지난해 말보다 각각 2.02%p, 1.99%p 뛰었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으려면 특이한 업무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PF는 앞서 언급한 대로 미확정 담보물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로서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대출금 상환은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원천으로 하므로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유지·확보하는 데 초점이 집중되며, 정상적인 현금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사항은 모두 리스크로 간주한다. 

그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PF 심사 시 고려할 사항이 많다. 우선 건물이 지어지지 않을 경우의 위험을 분석해야 한다. PF 특성상 담보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예측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공사가 건물을 책임지고 준공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분양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건물은 건축 개시 후 완공까지 2∼3년 정도 소요된다. 시공 당시에는 완공 후 분양 시황을 점치기 어렵다. 건물이 지어져 담보물이 확보돼도 분양이 안 되면 대출 상환을 위한 현금흐름 확보가 힘들다. 금융사는 이때 건설사의 ‘시공능력’과 ‘상환능력’을 따진다. 시공능력은 ‘기존 실적’과 ‘도급순위’로, 상환능력은 기업 ‘신용등급’으로 확인한다. 

위험관리가 '주먹구구'...심사방법과 수주방식 개선해야 

분양이 잘 안 됐을 경우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이때 금융사는 2가지 선행조건을 제시한다. 사전청약률과 할인분양이다. 청약률이 일정 비율을 못 넘으면 대출 승인을 안 한다. 청약은 해지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상품성 판단에서 그만한 게 없다 보니 내거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또 분양실적이 저조해 목표 분양률에 못 미치면 강제적 할인분양을 통해 분양률 제고를 압박한다. 

PF 부실 원인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외생적 변수에만 기인할 리 없다. 금융사 내부적 요인에 영향받는 바도 크다. 프로젝트의 사업성 검토보다 사업주의 신용을 중시한 심사체계가 빚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미래 현금흐름 파악이 어렵다 보니 시공사의 기존 실적과 도급순위, 신용등급 등을 따져 대출을 결정한다.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현상만 내려다보고 있다. 사업주 신용과 담보를 보는 일반 대출 심사와 하등 다를 바 없다. 

위험 관리가 주먹구구식이다. 특히 사전분양률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게 한 상태에서 할인분양까지 강제하는 것은 금융사 입장만 생각하는 불공정 거래다. 금융사가 고객을 동등한 파트너가 아닌 열위의 팔로워로 취급한다. 건설사야 어찌 되든 대출 원리금만 받아내면 된다는 금융사의 이기적이고 몰염치한 심보다. 

시공사 잘못도 크다.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많이 남는 것만 생각하고 리스크 관리는 뒷전이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에 유동성이 넘쳐나자 건설사들은 너도나도 수주 판에 뛰어들어 PF를 이용해 사업지를 늘려왔다. 난제일수록 정수(正手)가 유효한 터. 심사방법과 수주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금융사는 사업성 중심의 심사를 지향하고, 시공사는 무분별한 수주를 지양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부실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나 금리 인상기 때마다 겪는 정기 행사가 되고 말 것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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