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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구’ 제도 도입...'복수 주민등록’ 못 할 이유 없다
‘생활인구’ 제도 도입...'복수 주민등록’ 못 할 이유 없다
  • 권의종
  • 승인 2023.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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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체류하며 활력 높이는 ‘생활인구’ 산정, "만시지탄"...지역에 살면 주민이고 머무르면 인구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행정안전부가 큰일을 했다. 국가 총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내놨다. 지역에 체류하며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인구로 보는 ‘생활인구’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지역 여건, 체류 목적, 정책 활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생활인구 시범 산정 대상 지역으로 강원 철원군 등 7개 시·군을 선정했다. 

생활인구 산정은 교통·통신의 발달로 이동성과 활동성이 늘어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주민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과 외국인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활인구 파악을 통해 객관적·과학적 통계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 추진이 가능해졌다.

생활인구의 활용 영역은 무한하다. 가령 국가산단과 농공단지 보유로 인근 도시지역의 통근자가 많은 지역은 생활인구 산정 결과를 산단 내 근로자 복합문화센터 건립, 근로자 임대주택 사업, 입주기업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주말 비(非) 숙박 관광객이 많은 지역은 성별·연령대별 생활인구 분석을 통해 맞춤형 관광·숙박 인프라를 구축,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 

교육감은 생활인구를 참작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통합 운영할 수 있다. 학교의 교사(校舍)나 체육장의 설립 기준도 완화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수도권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이전하는 사람에게 지자체가 소유하는 공유지를 우선 매각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은 인구감소지역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영주자격이나 장기체류자격을 받은 사람에 대한 사증 발급 절차, 체류자격의 변경, 체류 기간의 연장 등의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

생활인구 산정 통해 통계 기반의 맞춤형 정책 추진 가능

행안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생활인구 활성화를 위한 특례 발굴과 국비 지원사업 추진 등 재정적·제도적 후원을 지속한다. 장기적으로는 생활인구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 창업과 신산업 육성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통계청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협업, 성별·연령·체류일수 등 유형별 생활인구를 산정·공표하고 그 활용 범위와 분야를 늘려갈 방침이다. 

인구는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민등록상 등록인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앞으로는 인구의 이동성과 활동성을 반영하는 생활인구까지 산정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서울시는 2018년 3월부터 서울에 거주하거나 출퇴근, 관광, 의료, 등하교 등의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생활인구를 추계, 정책에 활용해오고 있다. 

인구 산정은 활용에 목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행안부가 인구 감소와 지역 간 인구유치 경쟁을 극복하기 위해 생활인구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생활인구 산정 대상을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인구감소지역에 국한하는 정도로는 활용 대상과 범위가 좁다. 정책의 입안과 개선, 민간부문 활용을 더 늘려야 한다. 

농지와 주택 정책부터 손봐야 한다. 젊은 층의 '지방 한 달 살기', ‘두 지역 살아보기’, '로컬유학' 등이 유행이다. 5060 은퇴 세대의 귀향도 증가세다. 지방 거주에 관심이 크나 일부 지역을 빼고는 다주택자 중과세로 주택 취득이 어렵다. 하는 수 없이 농지를 사들여 그 위에 ‘세컨하우스’ 형태의 농막을 지어놓고 오가며 지내는 경우가 흔하다. 

공부(公簿) 위주의 인구 체계, 생활 중심으로 바꿔야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농막 논란에 불을 붙였다. 현행법상 농막은 농자재를 보관하거나 농작업 중 일시 휴식을 위해 농지 위에 설치하는 시설로 정의된다. 규모는 연 면적 20㎡(6평) 이하, 주거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주민등록 전입이 안 된다. 세면장을 만들거나 정화조를 묻을 수 없다. 야간 취침도 불가능하다. 공들여 지은 농막을 다시 돈 들여 허물어야 한다. 

정부는 제 발로 찾는 귀향을 돕기는 커녕 훼방만 놓고 있다.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 풀 생각은 안 하고, 농막을 주택처럼 사용한다며 농지법 위반을 걸어 강제철거나 하고 있다. 지방행 '연어 귀환'의 물길을 막고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지방 발전을 외면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의 위배를 서슴지 않고 있다. 

공부(公簿) 위주의 인구 체계는 시대착오적이다. 생활인구 중심으로 바뀌어야 맞다. ‘주중엔 서울, 주말엔 지방’, '며칠은 이 도시, 며칠은 저 도시', '주중 지방 근무, 주말 서울 거주' 등 다지역 생활패턴을 반영하는 인구 관리가 긴요하다. 따지고 보면 현행 주민등록제도는 한곳 정착이 필요했던 농업사회의 유물이다. 복수 지역 거주와 생활이 보편화한 지금에 와서는 안 맞는다. 

지자체 예산과 교부금을 비롯한 행정체계가 온통 주민등록인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마다 주민등록인구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다. 신규로 전입해 오면 축하 메시지를 발송하고 일정 기간 거주하면 지역 화폐 등을 선물하는 등 지극정성, 야단법석을 떤다. 아껴 써야 할 나랏돈을 선심 쓰기에 경쟁적으로 쏟아붓고 있다. 

법은 도구에 불과할 뿐 목적이 될 수 없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야지 현실이 법을 따라갈 순 없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 고정관념과 선입견, 관행의 매너리즘에 빠지면 개혁하지 못한다. 기발하고 엉뚱해야 혁신을 이룬다. ‘이중 국적’도 허용하는 마당에 '복수 주민등록’을 못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지역에 살면 주민이고 머무르면 인구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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