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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목 잡는 국회, 어느 나라 국회인가?
경제 발목 잡는 국회, 어느 나라 국회인가?
  • 류동길
  • 승인 2023.08.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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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한국 경제의 올 상반기 성장률은 0.9%다.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감소했지만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을 크게 웃돈 덕분에 이뤄진 ‘불황형 성장’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의 2.8%에서 3.0%로 올린 반면 한국은 1.5%에서 1.4%로 낮췄다. 지난해 7월부터 5번 내리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앞으로 더 낮춰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경기가 상반기에 저조했다가 하반기에 회복할 것(상저하고)으로 전망한다. 한국개발원(KDI)도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전망은 전망일 뿐, 경기는 계절이 바뀌듯이 기다리면 저절로 살아나는 게 아니다. 국내총생산(GDP)보다 많은 가계부채는 경기 회복세에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급한 건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 강화다. 투자 증대가 답이다. 노동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벽부터 허물 일이다.

그러려면 정치권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싸움질을 계속하며 딴전을 피우거나 경제에 부담 주는 일만 벌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개정안도 그렇고, 야당이 또 밀어붙이겠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도 그렇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을 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전에도 그런 뜻을 밝혔지만 말의 성찬에 그쳤다. 민주당 의원총회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하면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한해’란 조건을 달았다. 영장의 정당성 여부를 법원이 아니라 자기들이 결정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특권을 포기하는 듯한 흉내만 내려는 속 보이는 꼼수다.

불체포특권 만이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는 200여 개에 이른다. 의원 정수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단골 메뉴다. 의원 1명이 보좌진을 9명이나 두는 게 마땅한가? 특권과 특혜, 인건비 등에 들어가는 돈은 국민이 낸 피 같은 세금이다.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걸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그게 적정한가를 국민은 따지고 싶은 것이다.

어떤 사건·사고나 정책이든 모두 정치 쟁점화하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은 사사건건 트집 잡아 정권에 흠집을 내려는 거대 야당의 횡포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니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한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피치가 밝힌 강등 배경은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 거버넌스(운영 체계) 악화 등”이다. 미국 정치권이 국가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대치하다 가까스로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급증, 정쟁 가열 등을 고려하면 피치의 경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윤흥길이 쓴 소설 ‘완장’의 주인공은 시골 마을의 저수지 감시원이다. 그는 자기 팔에 찬 완장을 큰 벼슬로 착각하고 거들먹거린다. 완장 하나 찼다고 완전히 딴사람이 된 듯 행동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국회의원의 금배지는 완장이나 다름없다. 그 완장은 군림하고, 호통치고, 괴담과 거짓말을 퍼뜨리고, 국회 회기 중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등 엉뚱한 짓을 해도 된다는 걸 보장하는 증표가 아니다.

국회의원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심부름꾼이다. 우선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여당다운 여당, 야당다운 야당을 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옳은 정치가 펼쳐질 것이고 정권이 연장되든 교체되든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각 정당이 어떤 사람을 공천하는가를 지켜볼 일이다. 국회의원 누구라도 스스로 특권을 포기할 리 없다. 총선 출마자들에게 국민 눈높이에 걸맞지 않은 특권과 특혜 포기에 동의하라고 요구하는 국민운동을 벌이자.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꺼져 가고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 경제의 침체는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이중의 악재다. 이 판에 여야 정치권은 경제 회복의 불씨마저 끄려고 한다. 국회의원의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외교도 발전할 길이 없다. 한국 경제의 살길을 정치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 한심하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 동 길 (yoodk99@hanmail.net)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고문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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