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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변호사·회계사...'전문직 블랙홀'과 '윈윈'의 플러스 유인
의사·변호사·회계사...'전문직 블랙홀'과 '윈윈'의 플러스 유인
  • 권의종
  • 승인 2023.08.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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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기회, 상응한 대우 보장되면 인력 쏠림은 저절로 해소...사회구성원 모두의 각성도 긴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전문직이 상한가다. 의사·변호사·회계사 등으로 쏠림이 심하다. 청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전문직 자격 취득 행렬은 길어진다. 변호사가 되기 위한 1차 관문인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가 매년 늘고 있다. 금년도 LEET 응시자는 1만7,360명,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3년 9,126명이던 LEET 응시자가 10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만4,620명에 비해서도 18.7% 증가했다. 

공인회계사(CPA) 열풍도 못지않다. 올해 CPA 1차 시험 지원자는 1만5,940명. 지난해보다 527명, 3.4% 늘었다. 2019년 9,677명으로 지원자가 1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증가세다. 올해 세무사 1차 시험 접수자 또한 1만6,817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 1만1,672명보다 3년 만에 44.1% 급증했다. 변리사, 법무사, 노무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 수도 매번 기록을 경신한다. 

전문직 열풍은 대학입시로까지 거슬러 오른다. 의과대학 선호가 압도적이다. 의대를 합격만 할 수 있다면 재수 삼수, 그 이상도 불사하는 집념의 소유자가 늘고 있다.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자의 29%인 1,343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교차 지원을 한 후 의치한약학 계열로 최종 등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능 고득점자 10명 중 3명꼴로 복수 지원한 다른 대학의 의학 계열 등으로 옮겨간 것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의 대사건은 따로 있다. ‘초등생 의대 준비반’ 출현이다.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를 비롯해 전국 곳곳의 학원들이 초등 의대반을 운영한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사교육 선행 학습의 타깃이 과학고·영재학교 진학이었다. 지금은 격세지감. 의대 선호가 높아지면서 학원들이 의대반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있다. 학원 경쟁률이 10대1 수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초등생 의대 준비반’ 출현...전문직 선호 나무랄 순 없으나, 과도한 쏠림 대비해야

전문직 선호를 나무랄 순 없다. 개인의 진로나 직업 선택은 존중돼야 맞다. 유망한 직종에 유능한 인재가 몰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전문직 인원이 한정되다 보니 지망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게 한계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도 뜻을 이루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몫으로 돌아간다. 지난날 사법시험 시절의 ‘사시 낭인’이 지금 와서 ‘전문직 낭인’으로 재현될까 두렵다. 

전문직 열풍은 인력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다.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어렵게 해 국가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전 세계가 첨단 과학기술 경쟁에 올인하는 마당에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할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의 의대 쏠림은 국가적 낭비다. 70~80년대만 해도 법대 상대 공대의 인기가 의대 못지않았다. 그 시절 산업계로 진출한 인재는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정부는 생각이 짧다. 기껏 낸 아이디어라는 게 의대 정원 확대다.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정원을 풀겠다는 발상이다.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 측 논지는 이렇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기대 소득 수준이 떨어져 의대 인기가 하락할 거로 본다. 의대 쏠림이 생기는 것은 다른 직종에 비해 우월적 지위, 양호한 처우, 사회적 존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의사 수를 늘려 의사의 사회적 지위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논리다.
 
정부가 균형적 인재 양성하는 큰 그림 그리고, 기업은 돈보다 사람 먼저 생각해야

반대 의견도 강하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의대 블랙홀’ 현상을 가속하는 부작용을 낳을 거라는 우려다. 학생 수는 주는데 의대 정원을 늘리면 기회가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오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의대 지원 대열에 대학 재학생뿐 아니라 직장인까지 합류하는 현상을 지목한다. 실제로 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가 결정되자 반수 학원에 등록하는 사례까지 생겨난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의사 수가 늘어난다 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본다. 수도권 병원으로의 의사 쏠림,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뇌심혈관계 등 필수의료가 아닌 인기 진료 분야로의 쏠림은 여전할 거라는 예상이다. 활동 의사 수의 3분의 1가량이 필수 중증 의료가 아닌 돈 되고 인기 있는 피부, 미용, 성형 등에 쏠려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전문직 쏠림은 인적수급 불균형을 넘어서는 문제다. 나라 장래가 걸린 중대사다. 대비책을 세워야 맞다. 정부가 균형적 인재 양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특히 이공계 분야로의 인재 유입을 위해 심리적, 재정적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동참이 요구된다. 경영은 결국 ‘사람장사’.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각성도 긴요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사실을 현실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높은 쪽을 깎아 낮은 쪽과 균형을 맞추는 하향 평준화는 안 된다. 변호사 수임료, 의사 급여, 회계사 보수를 끌어내리는 식의 접근은 삼가야 한다. 자칫 법률 의료 회계 등 전문서비스의 질만 떨어뜨릴 수 있다. 난제일수록 '윈윈'의 플러스 유인이 효과적이다. 의대를 가든 공대를 가든 경영대를 가든 공정한 기회, 상응한 대우가 보장되면 인력 쏠림은 저절로 해소될 수 있다. 여건과 대우, 인식이 좋아지면 사람은 몰리게 돼 있다. '쏠림'은 '몰림'으로 풀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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