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환율 12.9% 상승…달러 환산 명목GDP 큰폭 감소 영향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지난해 강달러 영향 등으로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3위로 밀려났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는 1조6733억달러로 잠정 집계돼 3년 연속 '톱(Top) 10'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미국이 25조4627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중국이 17조8760억달러, 일본 4조2256억달러, 독일 4조752억달러, 영국 3조798억달러로 '톱 5'를 형성했다.
다음 인도(3조96억달러), 프랑스(2조7791억달러), 캐나다(2조1436억달러), 러시아(2조503억달러), 이탈리아(2조105억달러) 순으로 경제대국 10위 안에 들었다.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는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3계단 하락했다. 10위 러시아에 이어 브라질(1조8747억달러)과 호주(1조7023억달러)에 11위·12위를 내주며 추월당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규모를 100로 봤을 때, 미국은 1522, 중국은 1068, 일본 253, 독일 244, 영국 184, 인도 180, 프랑스 166 등을 나타냈다.
앞서 한국은 GDP 순위에서 2005년 10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위권 밖에 있다가 2018년 10위에 올랐고 이듬해인 2019년 12위로 하락했다가 2020년 재차 10위를 탈환해 2021년까지 유지했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 계단 하락한 것은 전반적인 성장 활력이 떨어진 데다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화로 전환한 명목 GDP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2161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으나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는 환율 상승(연평균 12.9%) 영향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다.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은 2019년 1924조5000억원, 2020년 1940조7000억원, 2021년 2080조2000억원, 지난해 2161조8000억원 등으로 계속 증가한 반면,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2019년 1조6510억달러에서 2020년 1조6446억달러, 2021년 1조8177억달러, 지난해 1조6733억달러 등으로 증감을 반복해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 전환 지표들이 대부분 안 좋게 나오고 있다"면서 "자원 수출국들의 경우 다른 통화에 비해서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를 제친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 등은 공통적으로 모두 석유나 광물 등 원자재 수출국이었다.
우리 경제 실질 성장률이 올해 1%대 중반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강달러 현상이 여전한 만큼 올해 우리나라가 다시 '톱 10'에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춘 반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1.1%에서 1.2%로 높여 잡았다.
호주의 경우 올해 1.6% 성장 전망으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이 높고 러시아(0.7%), 브라질(0.9%)의 경우는 올해 우리나라보다 저조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명목 GDP 격차나 환율 등을 감안하면 다시 추월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