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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어려움 방치하면 국가 위기로 이어진다
자영업자 어려움 방치하면 국가 위기로 이어진다
  • 나병문
  • 승인 2023.07.07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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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자영업자들의 대출금 연체 현황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약 1,034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서 50.9%나 불어났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예사롭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연체율 급등이다. 수년 동안의 경기 침체를 빚으로 버텨온 그들 중 상당수는 한계 상황에 몰리면서 원리금 상환을 감당하지 못하고 연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1분기 말 전체 금융기관 자영업자 연체율은 1.0%에 이른다. 이는 전년 4분기 대비 0.35%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15년 1분기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그중에서도 비은행권 연체율이 2.52%로 은행권(0.37%)의 6.8배이다. 특히 서민들과 자영업자가 찾는 마지막 제도권 금융이라 할 수 있는 저축은행 연체율은 5.17%나 된다.

지난 몇 년은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의 세월이었다.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으로 가뜩이나 타격을 입은 터에 코로나로 인한 거리 두기에 시달리며 맘 놓고 제대로 영업한 날이 거의 없다시피 한 혹독한 기간이었다. 그 결과 상당수의 자영업자는 고락을 같이하던 직원들을 어쩔 수 없이 내보내야 했고, 빚을 내어 빚을 막으며 고군분투했다. 최근 들어 종업원 없는 1인 자영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금리는 오르고 경기는 악화하는 엄혹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자영업자가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수년간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의 고통을 금융기관 대출로 힘겹게 버텨온 그들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은 셈이다. 아직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럴진대, 그마저 종료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질 거라는 불안이 그들의 처진 어깨 위를 무겁게 덮치고 있다.

자영업자 몰락은 어떻게든 막아야

우리나라는 선진국 중 유난히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2022년 말 기준 약 56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20%를 넘어선다. 그 말은 자영업자의 몰락이 곧바로 국가 경제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처럼 중요한 위상을 가진 자영업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의 60% 이상은 올 상반기에도 매출 감소를 겪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상황이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영업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건 비용 증가다. 원자재·재료비, 인건비,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임차료 등이 날만 새면 오르고 있다. 그뿐인가? 높은 대출이자와 대출 상환 부담도 날마다 쌓여간다. 그런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자영업자의 절반가량은 연초 대비 대출금 잔액이 증가했다. 매출은 줄어드는 데, 꼬박꼬박 나가는 고정비, 기존 대출이자 상환, 원자재·재료비 등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피해지원을 위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해왔다. 문제는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로 끝난다는 점이다. 대출이 급증한 가운데서도 그동안은 만기 연장,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간당간당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틸 동력을 상실한 채 바닥에 주저앉게 생겼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자영업자의 약 40%가 향후 3년 이내에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압박하는 주된 이유는 경기 둔화에 따른 지속적인 영업 부진, 그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 경기회복 전망 불투명 등이다. 당초에 기대했던 방역 조치 해제에 따른 경기회복은 요원하고, 매출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니 않는데 대출 부담만 늘어나니 어쩔 수 없이 폐업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살릴 ‘종합 대책’ 모색해야

정부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연장한 자영업자 원리금 상환유예 지원 종료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갈수록 자영업 대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연체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9월 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 중 대다수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지금처럼 클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은 시장경제를 지향한다. 그런 만큼 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을 무한정 유예해 주기도 어렵다. 아무리 그렇긴 해도,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일률적으로 빚 상환을 독촉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자영업자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춰 상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제도권 밖 불법 대부업체를 찾는 걸 막지 못할 것이다. 그야말로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들은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곧 나라의 위기라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찔끔찔끔 미봉책으로 넘어가려 들지 말고, 보다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나라 살림을 맡은 이들의 본분이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획기적으로 덜어 줄 묘책을 찾아내기를 모두가 고대하고 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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