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중국이 미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 배제 등에 맞서 일부 희귀금속의 수출 통제에 나섬에 따라 전략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큰 한국 산업계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규정에 입각해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들에 대해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고 4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출 통제 대상에는 주로 첨단 반도체 웨이퍼 제작 등에 사용되는 갈륨 계열의 금속갈륨, 질화갈륨, 산화갈륨, 인화갈륨, 갈륨비소, 인듐갈륨비소, 셀레늄화갈륨, 안티몬화갈륨 등 8가지, 게르마늄 계열의 금속게르마늄, 이산화게르마늄, 사염화게르마늄, 아연 게르마늄 인화물, 대역 용융법 게르마늄 잉곳, 게르마늄 에피택셜 성장 기판 등 6가지가 포함됐다.
특히 질화갈륨의 경우 대표적인 3세대 반도체 재료로 환구시보 인터넷판인 환구망은 "갈륨과 게르마늄 모두 국가 전략 광물 명단에 포함된 것"이라며 "두 금속은 매장량과 수출 면에서 중국이 공히 세계에서 선두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륨의 경우 세계 총 매장량 23만 톤 가운데 중국이 80∼85%를 점하고 있으며, 게르마늄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이 8600t 중 중국이 41%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2위라는 것이다.
게르마늄 최대 보유국 미국은 1984년부터 이를 국방용 비축 물자로 규정해 보호해왔고, 최근 수년간은 채굴을 기본적으로 중단한 상태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수출 허가제를 채택한 만큼 전면적으로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보다는 중국 입장에서 우호적인 국가에는 수출을 하고, 갈등 관계인 국가에는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매체도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기 위한 드라이브를 자국 차원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걸고, 거기에 네덜란드, 일본 같은 선진국들이 동참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자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희귀 원자재'로 맞대응에 나섰다는 분석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천펑잉 연구원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일종의 대등한 반격 조치이자 국가안보와 이익을 지키는 일종의 방법"이라며 "국제적으로 많은 핵심적 희귀 금속이 중국으로부터 공급되는데, 왜 중국이 일부 서방 국가에 그것을 공급해 그들이 반도체를 만들어 중국의 목을 조이게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앞서 중국은 2010년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등을 놓고 정치·군사·외교적 갈등이 빚어지자 희토류 수출 중단으로 보복한 바 있다.
이번엔 특정 국가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미국, 유럽, 한일 등 핵심 산업 선진국들을 상대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은 2021년 말 기존의 희토류 생산 대형 국유기업인 중국알루미늄그룹, 중국우쾅그룹, 간저우희토그룹 등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을 통폐합해 중국희토그룹을 설립,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통제·주도권을 강화하기 용이해졌다.
이번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규제가 당장 한국 경제의 숨통을 조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재작년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로 요소수 대란을 겪은 한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21년 중국이 자국 내 비료 수급난 속에 비료 원료인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에서 요소수 수급난이 발생했다. 당시 정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2000여개, 90% 넘는 품목이 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사태 때는 중국이 한중간 협의를 거쳐 한국에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급한 불을 껐지만, 한중 관계가 그때보다 악화한 지금 중국이 한국에 그와 같은 '예외적 협조'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므로 대중국 전략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것은 한국에 '발등의 불'이 됐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