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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대한민국의 자존심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대한민국의 자존심
  • 나병문
  • 승인 2023.06.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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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한국 증시가 이번에도 MSCI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서 제외됐다. 벌써 9년째 발목이 잡혀있는 중이다. 최근 MSCI는 주요 국가별 시장 접근성 평가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여전히 신흥국지수(EM)로 분류했다. MSCI는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 규모, 시장 접근성 등을 따져 매년 각국 증시의 선진국 편입 여부를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와 주식시장 규모는 충족했으나 시장 접근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탈락했다.

MSCI 지수(Morgan Stanley Capital International index)는 미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사가 작성하여 발표하는 주가지수다. 영국의 FTSE지수와 함께 국제금융 펀드의 투자기준이 되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계 펀드의 대다수가 이 지수를 기준으로 삼을 만큼 펀드 운용의 주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MSCI는 각국 증시를 평가해 DM(선진시장), EM(신흥시장), FM(프론티어시장), 독립시장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중에서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국가들만 명실상부한 ‘선진 주식시장’으로 인정받는다. 글로벌 펀드들이 해당 지수를 추종하여 투자하기 때문에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자금 유입액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한국 증시는 1992년 신흥시장에 편입된 이후 무려 32년간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2008년 선진시장 승격 관찰대상국에 오른 뒤 2009년부터 선진국지수 편입을 시도했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2014년엔 관찰대상국에서조차 제외됐다. 우리 증시 규모는 선진시장에 속하는 싱가포르,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보다 월등히 크다. 전체 경제 규모나 국가신용등급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무슨 까닭으로 유독 우리나라만 아직 신흥시장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일까?

‘신흥시장’ 벗어나지 못한 건 창피한 일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우리로서는 MSCI 시장 분류에서 ‘신흥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이미 ‘선진 경제권(Advanced Economies)’으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을 ‘고소득(high income) 국가’로 구분하고 있으며, S&P와 FTSE 등도 일찌감치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올려놨다. 유독 MSCI만 한국을 신흥국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MSCI가 지적하는 가장 큰 취약점은 ‘시장 접근성’이다. 시장 접근성이란 외국인들이 해당 국가 증시에 얼마나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개념이다. 한국은 매년 MSCI ‘시장 접근성’ 기준 하위 여섯 가지 항목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역외 현물환 시장의 부재, 영문 공시 자료 부족 및 배당락일 이후 배당금 결정, 경직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계좌별 거래내역 신고 규정, 장외거래의 어려움, 증시 데이터 사용 제한 등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역외 현물환 시장’의 부재다.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돌아가는 시대에서 투자자들은 외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주식평가 못지않게 환차익을 중시한다. 그들은 언제든지 당해국 통화를 달러로 환전할 시장이 있어야 안심하고 투자한다. 한데 한국은 아직 (역내 시장 마감 이후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할 수 있는) 역외 현물환 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환율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MSCI는 공매도 금지 규제를 비롯한 나머지 지적사항들도 전면 해제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개선 조치를 완전히 이행한다면 등급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밝힌 시장 개선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하는지 확인한 후 다시 평가하겠다는 말이다.

선진시장 진입 서둘러 대한민국 자존심 살려야

한국이 지금껏 MSCI 선진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편하다. 부쩍 성장한 국격에 걸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눈높이와도 괴리가 있다. 땀 흘려 경제 발전에 몸 바친 지난날의 산업역군들에게 미안하고, 세계를 누비며 동분서주하는 경제인들의 의욕을 꺾는 일이다. 나라의 위신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MSCI 선진시장 진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첩첩으로 쌓여있는 규제를 시원하게 풀어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도 그런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에 따라 연말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사전 등록 절차 없이 국내 상장증권에 대한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장외거래 사후 신고, 옴니버스 계좌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 등도 시행될 예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우리 증시가 가까운 시일 내에 선진지수로 등재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르면 내년쯤 (선진지수 편입에 앞서) 관찰대상국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MSCI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예고된 방안들이 예정대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2024년 MSCI 시장 접근성 평가 개선과 선진국 워치리스트 등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역할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막중한 책임감을 바로 인식하고 한층 더 절박한 자세로 떨쳐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머뭇거린다면 증권시장의 숙원 해결은 물 건너가고, 대한민국이 금융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시간도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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